금융당국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소유분산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가상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은 험로가 불가피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5사 경영진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관계자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 출석,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개요를 전달받고 의견을 진술했다. 거래소·DAXA 측은 최대주주 지분율 제한을 향한 우려를 개진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율 제한은 지난 연말 쟁점화했다. 거래소들이 반대를 이어가는 배경엔 경영권 약화 위기감이 자리한다. 최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해야 한다는 금융위 입장이 관철될 경우 지분 강제매각이 뒤따를 것이란 시각이다. 거래소 5사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비율은 빗썸 70%대, 코빗·스트리미(고팍스) 60%대, 코인원 50%대, 두나무(업비트) 20%대로 집계됐다.
입법 논의와 경영권 손바뀜이 시기적으로 겹치며 논란의 첨예성이 더해졌다. 스트리미는 2023년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분을 인수해 현재까지 임원 변경절차를 밟고 있고, 빗썸은 같은 해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상장계획을 공식화한 터다.
두나무는 지난해 10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주식교환 형태로 네이버그룹 편입을 예고했고, 코빗은 지난 13일 미래에셋컨설팅이 92% 지분 취득을 공시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지분율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거래소 매각·자본확충이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라며 "특히 스트리미는 바이낸스가 경영권 획득을 포기할 경우 2022년 '고파이 사태' 피해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파이 사태는 2022년 11월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서 대규모 미지급금이 발생한 사건이다
당국 안팎에선 지분율 규제를 거래소의 시장점유율 등 일정 기준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형 거래소에 제기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고 중소형 거래소엔 규제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다만 이 경우 규제 형평성이 추가 과제로 남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절대 다수인 국내지형에선 수수료 우대·에어드랍(가상자산 증정) 등 이벤트로도 거래량이 출렁여서 합당한 지표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수용 여부는 또다른 변수다. 여당 내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야당이 지분율 규제에 반대 입장을 내서다. 현재 정무위원장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오는 24일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의 자문위원 회의에 쏠린다. TF는 정부안 배제 여지를 남긴 상태다. 이곳의 민간 자문위원들은 지난 4일 의견서로 "책임성·공공성 강화와 이해상충 해소는 당국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목표지만, 지분율 제한이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단인지는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상반기 내 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6·3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법안 추진동력이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무쟁점 법안도 선거 전 본회의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선 후 여야 지도부 변화가 생길 경우 입법시기가 연말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