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내고 줄 서서 사는데"...업비트·빗썸이 공공재?

김세관, 성시호 기자
2026.03.02 06:15

[업비트는 공공재인가]②KRX도 민간기업···시장감시 기능 빼고 오히려 최근엔 시장친화로

[편집자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민간기업의 사유재산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초법적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공공 인프라'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왜 공공재인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빈약하다. 그래서 정부가 설득력이 부족한 공공재 명분을 내세운 건 관치금융을 위한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기획을 통해 대주주 지분제한의 논리적 정당성을 점검한다. 또 글로벌 규제 표준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산업 진흥을 위한 합리적 거버넌스 대안을 모색한다.
정부 용어사전과 엇갈린 '거래소 공공재론'/그래픽=이지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율 제한을 추진하는 건 업비트와 빗썸 등을 공공재로 보는 논리에 근거한다. 그러나 법령이 아닌 자생적으로 시장 논리에 의해 성장한 가상자산거래소에 증권거래소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공공재?…"공공성 이유로 경영권 박탈?"

금융당국의 가상자산거래소 공공재 발언은 지난 1월2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거래소는 공적 인프라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소유지분 규제를 더 다양화 해야 한다"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가상자산거래소의 공공재적 역할을 강조하는 당국의 입장에 반대 의견을 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으로 대표되는 공공재 조건에 가상자산거래소를 꿰맞추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비배제성은 특정인이 공급된 서비스에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소비를 못 하게 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비경합성은 특정인이 소비를 늘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는 소비량이 줄어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거리에 있는 가로등이 공공재인 이유는 이를 이용하기 위해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해도 이용할 수 있고(비배제성), 내가 이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경쟁적으로 불빛을 확보하려 하지 않기 때문(비경합성)이다.

그러나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용을 위해 수수료를 내야 하고, 가입을 막을 수도 있고, 한정된 가상자산을 사기 위한 경쟁도 이뤄진다. 공공성인 큰 민간서비스라고 할 수는 있지만 공공재 자체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진행된 관련 토론회에서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법적 관점에서 본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라는 제하의 발제문을 통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사실상 금융투자업자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판단하고 은행이나 한국거래소에 준하는 지배구조 규제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며 "가상자산거래소가 민간의 창의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술 기업이라는 본질을 간과한 채, 공공성을 이유로 사유재산의 핵심인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거래소에서 시장감시 기능 빼면?…NYSE는 지주사 100% 지분 보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제한의 근거로 들고 있는 증권거래소의 공공재 역할에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는 한국거래소에 시장감시 기능이 있어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31개의 금융투자업자 86.1%, 한국증권금융 4.12%,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3.03%, 한국금융투자협회 2.05%, 우리사주조합 0.89%, 자기주식이 3.8%로 지분이 나뉘어 있다. 대부분 증권사인 31개 금융투자업자들의 지분율도 가장 많은 곳이 5~6%대다.

그러나 대표적인 글로벌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은 인위적인 지분 소유 한도(Ownership Cap) 규정을 두지는 않는다. 특히, NYSE는 지주회사인 ICE가 지분을 100% 보유하기까지 했다.

정부와 여당이 최근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시장감시 기능을 별도 비영리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시도하려는 것도 시장감시 기능의 공적인 기능을 고려해서다.

지주사 전환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자회사가 공공성이라는 족쇄를 풀고, 보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게 하려는 정책 방향과 오히려 반대되는 입장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디지털 기반 가상자산거래소를 단순히 매매 중개 기능으로만 국한해 생각하는 건 기술 융합을 통해 급격히 확장 중인 산업 발전 양상을 간과하는 것"이라며 "지분 소유 규제는 현재 국내 거래소들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기술 혁신이나 사업구조 개편 등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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