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국내 증시도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은 변동성 장세에서 일반 종목보다 낙폭이 더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집계가 가능한 가장 최근일인 지난달 26일 기준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잔고 금액 비중이 높은 종목은 한미반도체(4.57%), 코오롱인더(4.04%), LG생활건강(4.03%), 코스맥스(3.92%), 대우건설(3.84%), 코스모신소재(3.56%), 하이트진로(3.53%) 등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최근까지도 가파르게 상승했던 코스피 내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에 특히 유의해야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란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나 2차전지가 전쟁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은 아니지만 한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인만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키워 국내 증시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는 통상 시장에서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높다고 판단되는 종목에 집중되는데 일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2차전지 등 최근 모멘텀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종목이 변동성 장세에서 낙폭이 클 수 있다"고 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작에 필요한 TC본더 장비를 생산하는 한미반도체는 장비 공급 이슈와 경쟁사와 법적 분쟁 등으로 노이즈가 발생하며 다른 반도체 소부장 종목 대비 주가 상승 시점이 다소 늦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계속되며 지난달 27일 주가는 장중 한때 33만25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시장 내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연초 한미반도체가 HBM 본딩 시장에서 안정적인 점유율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해 목표주가 23만원을 제시했다. 반면 JP모간은 지난달 밸류에이션 부담과 TC본더 시장내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한미반도체에 대한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패션사업을 영위하는 코오롱인더는 최근 AI(인공지능) 반도체 모멘텀이 발생하며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코오롱인더가 생산하는 mPPO(폴리페닐렌 옥사이드)가 AI와 반도체 등에 활용되는 CCL(동박적층판) 소재로 사용된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주가는 전날 장중 7만1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우건설은 원전 모멘텀으로 지난달 27일 장중 1만850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원전 모멘텀은 유효하지만 이란 사태가 본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택 공사비 상승 우려와 중동 현장 플랜트 공기 지연 우려 등 건설 본업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원전 모멘텀보다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모신소재는 지난해 하반기 ESS(에너지저장장치)와 피지컬 AI 관련 수혜 기대가 2차전지 업종 전반에 확산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감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점은 그간 증권가에서 꾸준히 지적돼 왔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공매도 순보유잔고 금액은 7008억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3.19%에 달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코스닥에서는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순보유잔고 금액 비중이 높은 종목은 HLB(6.85%), 엔켐(6.71%), 제룡전기(6.46%), 다날(5.09%), 펩트론(4.88%), 한국비엔씨(4.79%)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