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대장' 버티는 동안 '석유화학 대장' 22% 급락

김지훈 기자
2026.03.05 16:19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3대 신용평가사 산업별 영향 분석/그래픽=윤선정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정유업종이 정제마진을 높이는 반면 석유화학 업종은 원가 급등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증시에서도 석유화학 대장주인 LG화학은 미국의 이란 공격 직후부터 5일까지 22% 급락했다. 같은 기간 정유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은 0.9% 하락하며 급락장을 버텨냈다.

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모두가 미국-이란 전쟁에 따라 긍정적 형향을 받을 업종으로 정유, 방산을 꼽았다. 신평사들은 중동 원유 생산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가 상승 등을 판매가에 전가시킬 수 있는지를 기반으로 긍정적, 부정적 방향을 나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정유, 방산 외에도 조선, 해운, 민자발전을 긍정적 업종에 개별적으로 추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긍정적에 민자발전만 추가했다. 반면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부정적으로 본 업종은 석유화학, 항공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철강, 자동차, 가전을 전망이 부정적인 업종에 추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건설도 부정적 전망 업종군이라고 분석했다.

[라스타누라=AP/뉴시스] 밴터(Vantor)가 제공한 위성사진에 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 정유시설이 드론 공습 여파로 파손돼 있다. 2026.03.03. /사진=민경찬

정유업종은 중동 원유 생산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급구조가 개선되며 정제마진 상승이 기대됐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2실장은 "유가 상승 초기 국면에서는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거나 경우에 따라 원유 가격 상승 폭을 상회해 가솔린·디젤 등 주요 제품의 크랙 스프레드(판매가에서 원유 구입가를 뺀 차이)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인식 가능성 역시 국내 정유사들의 단기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 용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정유 4개사 기준 유가 1달러/배럴 상승 시 실질 영업이익이 약 400억원 증가하고, 복합정제마진 1달러/배럴 상승 시 연간 영업이익이 약 4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방위산업도 수혜가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 최정현 선임연구원은 "패트리어트 대비 도입 단가가 절반 수준인 천궁-Ⅱ가 이미 UAE·사우디·이라크와 수출 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중동 유도무기 재고 소진 리스크가 국내 방산업체에 추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안보 긴장 고조에 따라 각국 국방비 지출이 확대되는 흐름도 국내 방산업체 수주 환경에 우호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석유화학은 뚜렷한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산업3실 실장은" 석유화학 제품 판가는 유가 등락과 연계되므로 유가 상승 시 일시적으로 마진이 확대될 수 있으나, 수급 부진(수요 약세 및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최근의 영업환경 하에서는 원재료비 상승분을 판가에 충분히 전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 실장은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 축소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항공업도 총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유류비 상승과 고환율 기조가 겹치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주식시장은 중동발 소식에 급락과 급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유업종 대장주인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이란 공격 직전인 지난 2월27일 12만7700원에서 이달 5일 12만6500원으로 0.94% 내렸다. 같은 기간 주가가 13만원선까지 올랐다가 10만원선까지 내리는 변동성을 나타냈다. 석유화학업종의 LG화학은 지난달 27일 41만7000원에서 이날 32만4500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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