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와 노동계가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가 추진 중인 거래시간 연장안을 두고 실익이 크지 않다며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촉박한 준비 기간으로 증권업계 종사자 부담 외에도 투자자 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보완책 마련과 함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금융위원회, 거래소, 국내 및 외국계 증권사 IT 부문 관계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관계자가 참여 , 거래시간 연장 필요성과 부작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재진 전국사무금융노동서비스조합 위원장은 "거래소가 프리마켓 주문을 정규장으로 이연해주는 원보드 시스템 구축에 1년6개월이 걸린다는 이유로 프리마켓을 오전 7시에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지만 현 일정에서 7개월만 더 투자하면 넥스트레이드와 프리마켓 운영 시간을 맞출 수 있다"며 "세차례에 걸친 상법개정, 자사주 소각이 코스피를 6000으로 이끌었다. 거래시간 연장이 시장을 견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잇따른 제도 개편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이 한계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동윤 KB증권 IT본부장은 "BDC(기업성장펀드) 출시, 파생상품 시장 개편과 맞물려 개발 부담이 큰 상황에서 거래시간 연장까지 추진되며 현업에서는 대응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프리마켓에서는 파생상품 시장이 열리지 않아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공급자)의 헷지 운용에도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준비 기간과 실효성 측면에서 우려를 표했다. 유형석 다이와증권 IT부문장은 "최근 거래소가 프리·애프터 마켓 도입 일정을 기존 6월에서 9월로 미루겠다고 했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그간 거래소와 간담회에서 거래시간 연장에 대응하려면 1년 이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거래소는 자율 참여 방식을 택하면 된다고 하지만 선도업체가 점유율을 모두 장악할 수 있어 준비가 미흡한 회사들도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참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7시까지 남아 주문을 넣을 것 같지 않다"며 "이 시간대 수요가 있다면 아시아 고객일텐데 이들도 시차가 있다. 글로벌 투자 수요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글로벌 정합성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거래시간 연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진동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보는 "NYSE(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등 글로벌 주요 거래소는 24시간 거래를 곧 개시할 예정인데 이들은 한국 개인투자자 유치가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해 그 중간단계로 프리·애프터마켓 도입이 필요하다"며 "그간 여러 차례 진행한 간담회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고 이를 반영해 시행 시점을 일부 미루고 운영시간도 축소하는 등 보완 조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안영비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거래시간 연장이 글로벌 정합성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하지만 시장 안정과 현장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김승원 의원은 "현 정부도 시장 공정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좋은 제도는 속도가 아니라 합의에서 나오는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지속해서 청취해 합리적인 접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