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중동전쟁 종전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나란히 매도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국제유가가 다시 뛰고 일본 증시와 중국 증시도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섣부르게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44.65포인트(4.47%) 내린 5234.0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종전 기대감에 힘입어 1% 이상 상승 출발하며 장 초반 5500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된 이후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 동안 이란을 강하게 타격해 '석기시대'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으로부터 원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고 앞으로도 필요하지 않다"며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34분과 2시46분에 코스닥과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사이드카가 울린 것은 여섯 번째다. 코스닥 매도사이드카는 올들어 세 번째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매도사이드카가 같은 날 울린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두 번째다.
트럼프 연설 영향으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주가도 하락했다. 일본 대표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전거래일 대비 2.38% 하락한 5만2463.27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선전종합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1.59%와 0.74% 하락 마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쟁 긴장모드가 완화될 수 있다고 기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이 확대되는 발언을 했고 나아가서 확전 가능성까지 내비쳤다"며 "이에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하면서 아시아 시장과 미국 야간선물이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한국거래소 기준)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64억원과 1조45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1조2052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8.4원 오른 1519.7원(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BC 등에 따르면 국제 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4% 이상 급등해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0.8%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코스피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만큼 공포감에 의해 주식을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1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되는 것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은 이어지겠지만 주식 비중을 낮출 필요는 없다"며 "전쟁은 얼마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고 코스피 밸류에이션은 PER(주가순이익비율) 8배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