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이미 해외에서 확인된 투자 수요를 등에 업고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차별화가 어려운 구조 속에서 결국 보수와 규모를 앞세운 대형사 중심 경쟁과 중소형사 입지 축소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위 5개 자산운용사(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KB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업계도 관련 상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미 미국·홍콩 등 해외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데다, 정부도 투자자 선택지 확대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약 10개 자산운용사가 정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수요 조사에 참여해 상품 출시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80% 이상 오르며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상품 수요는 이미 홍콩 시장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CSOP자산운용이 홍콩증권거래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삼성전자 곱버스(-2배) 상품을 상장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보관금액은 9605만7756달러(약 1421억원), CSOP 삼성전자 데일리 2X는 6936만6828달러(약 1026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의 한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약 10% 수준이다"고 밝혔다. 최소 3조~4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자산운용사별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차별성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보수나 운용규모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면 대형 운용사만 유리한 구조가 된다.
한 중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형 상품만 봐도 차별성을 두기 어려우니 한두 운용사 투자자가 대부분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상이 뚜렷한데 이러면 지난해처럼 보수 인하 출혈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밸류업 ETF 출시 때처럼 대형사들이 상장부터 운용규모를 수천억원으로 잡는다면 중소형사는 출발점에 제대로 설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인버스나 곱버스(-2X)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며 "결국 비슷한 레버리지 상품만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형사는 단일상품 레버리지 출시에 신중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투자자의 관심도가 높다 보니 수익성이 나지 않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품을 낼 수밖에 없지 않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중소형 자산운용자 관계자는 "레버리지는 일반 지수형 상품보다 운용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보수 경쟁까지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면서도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관심도가 높은 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라인업을 맞추기식으로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