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은 유한합니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잘 버리는 전략을 우리는 '카브아웃(carve out·사업 분리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이동석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 부대표는 21일 머니투데이를 만나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요즘 환경에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은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브아웃은 기업 성장을 돕는 컨설팅 기법이다. 단기적으로는 사업을 빠르게 재편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엘레베이트(elevate·가치 제고) 전략과 함께 자본의 효율을 높여 환골탈태(가치혁신)할 수 있다. 사업 부문이 독립 기업으로 성장하거나 투자회사의 기존 사업과 통합하는 등 구조 재건이 가능하다.
이 부대표에 따르면 카브아웃은 단순한 기업 청산과는 다르다. 그는 "영위하는 사업 중 일부 부문이 어려울 때 해당 부문을 키울 수 있는 기업이나 사람에게 양도하고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는 것은 효율성에 집중한 전략"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스테이지 오너십(Staged Ownership) 거래를 통해 단순 청산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유럽 최대 복합기업 지멘스는 헬스케어 사업을 분리한 후 일정 기간 사업의 체질을 개선해 기업공개(IPO)함으로써 약 280억유로의 기업가치를 실현했습니다. 지멘스는 일부 지분만 매각해 기업가치 상승의 과실은 그대로 얻었고, 여력이 생겨 디지털 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습니다."
이 부대표가 사례로 꼽은 지멘스는 기업 전체 전략 방향을 재정렬한 과정을 보여줬다.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영역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한 현금 창출 사례다.
이 부대표는 스위스 식품 기업 네슬레 사례를 통해 카브아웃이 진화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네슬레는 일부 사업을 카브아웃 한 뒤에도 지분을 유지하고 사모펀드와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이 부대표는 "네슬레가 분리한 사업은 사업을 밸류체인으로 묶는 '볼트온', 사업 인수 후 통합하는 'PMI' 등 전략을 통해 탄탄해졌다"며 "이런 전략은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가치를 창출한 모형이다"고 했다.
허인재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 상무는 최근 카브아웃을 논의하려는 기업들의 러브콜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허 상무는 "전통 제조업이 첨단 산업으로 전환되고 범용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기존 사업 구조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카브아웃 자문을 논의 중인 업체는 10여곳으로 유사한 상황의 기업을 합산하면 수십 곳 기업과 카브아웃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은 지금을 '포트폴리오 재편의 적기'로 진단하고 있다. 이 부대표는 "산업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존 사업 구조에 머무르는 것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카브아웃을 통해 능동적인 미래를 설계하길 바란다"고 했다. 허 상무는 "모든 것을 잘하는 전략보다 비핵심 영역은 과감히 분리해 핵심 역량을 키워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지난 25년간 국내외 기업의 전략컨설팅 자문을 해왔다. 2007년 삼정KPMG에 합류했고, 현재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 본부장과 KPMG 아시아태평양 ESG 총괄 리더를 맡고 있다. 허 상무는 연세대학교 정보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과 박사를 수료했다. 현대자동차 기획실, SK와 LG 내부컨설팅 부문 등에서 일했다. 삼정KPMG에는 2016년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