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의 역사적 강세에는 '탈(脫)코인' 현상도 일조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가상자산이 약세를 이어가자 흥미를 잃은 공격 성향의 국내 개인투자자가 대거 증시로 갈아탔다는 분석이다.
6일 가상자산 시황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5개사(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합산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17억7000만달러(약 2조5734억원)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효과로 거래량이 정점을 찍은 2024년 12월 대비 85% 감소했다.
올들어선 가상자산을 내다파는 추세도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보유액은 지난 2월말 6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말(121조8000억원) 대비 반 토막 났다.
같은 기간에 국내 거래소에 예치된 원화는 10조6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거래소가 원화예치금에 연 2.0% 안팎의 이용료를 제공해 은행권 파킹통장 수준의 혜택을 부여하는데도 자금유출 현상이 심화하는 등 사상 최대로 확대된 증권사 예탁금과 정반대 양상을 보인다.
가상자산 투자가 위축된 직접적 배경으로는 '일제 폭락'이 촉발한 심리적 충격과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변동성 축소가 거론된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12만달러를 돌파하며 정점을 찍은 직후 같은 달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급락, 상승분을 잇따라 반납하며 올해 2월 6만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3개월 가까이 이어진 7만달러대 박스권 등락은 국내외 증시가 급등한 것과 대비됐다.
시장에선 개인의 현물거래에 한정된 국내 가상자산 규제환경이 투자자 이탈을 가속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허용 방침을 공식화했으나 핵심쟁점인 상장법인의 구체적 투자한도와 회계처리 기준을 확정하지 않았고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물거래는 당국의 유무형 규제에 가로막혔다는 지적이다.
수차례 유예되다 내년 초 시행을 앞둔 '코인과세'도 증시의 상대적 매력을 부각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개정세법이 발효되면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연 250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낼 경우 초과분에 대해 22%(기타소득세 20%·지방소득세 2%)를 납부해야 한다. 사실상 미국주식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가상자산업계에선 시장의 반등을 기다리지만 단기전망은 녹록지 않다. 이날 비트코인은 8만1000달러대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홍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8만달러를 기록하며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하는 추세지만 거래소 거래량,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유입, 온체인 TVL(총예치자산) 등 핵심 유동성 지표는 여전히 정체국면으로 가격 대비 실질적 수급은 약한 상태"라고 밝혔다. 홍 연구원은 "가상자산 고유의 모멘텀보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글로벌 리스크온(위험자산 선호현상)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증시는 해외 가상자산 이용자까지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해외 탈중앙화 대출플랫폼 '컴파운드'의 창립자 로버트 레시너는 X에 '가상자산을 거래하던 내 친구들이 이제 모두 일요일 밤 11시에 한국주식을 거래한다'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