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투자전략
코스피가 7000시대를 열면서 투자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 주가 상승을 이끌어 왔지만 '몰빵(한,두 종목에 집중투자)'은 투자의 금기이기 때문.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연관 업종이나 증시로의 머니무브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이 주목 받는다. 기존 주도주들과 미국-이란전 종전 후 상승할 수 있는 종목들도 관심 대상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6000에서 7000(종가)을 돌파하는 두 달 반 동안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업종은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으로 41%나 올랐다. 이어 건설업종이 38%, 기계장비도 30%대 상승세를 보였다. 증권, 금융업종은 각각 13%, 9%씩 상승했다.
반도체 업종이 주도주 역할을 하며 코스피 7000시대를 열었지만 AI 발전 흐름에 따라 연관 업종으로의 수요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외의 AI 밸류체인 업종으로는 전력기기, 원전 등이 꼽힌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AI 수요가 강해지면서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설비투자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AI 투자 경쟁이 확대 되면서 전력기기도 가장 중요한 수혜 업종"이라고 했다. 피지컬 AI 발전에 따라 재평가(리레이팅)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자동차 업종도 이에 포함된다.
글로벌 AI 투자 증가 현상은 숫자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1분기 미국 GDP(국내총생산)은 연 2.0% 성장했는데 AI인프라 투자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 서버, 네트워크 장비 중심의 투자는 전년대비 7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증권업종도 추천했다. 이날 하루 증권업 지수는 13.5% 급등해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상승하는 가운데 거래량, 신용공여 잔고가 증가하면서 수익 성장이 기대되는 증권업종도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원전 수요 확대에다 종전 이후 재건 기대감까지 반영되는 건설주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국내 건설사들은 원전 수출 '팀코리아'에 참여해 해외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2분기 원전 계약을 진행할 전망이며 3분기 팀코리아 입찰에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종전과 관련한 중동 재건 기대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주도주인 조선, 방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유지되고 있다. 김재승 연구원은 "여름까지 주도주인 반도체를 비롯해 전력기기, 증권, 방산,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한다"며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과 종목 중심으로 압축 투자가 유효할 전망"이라고 조언했다.
-리서치센터장 증시 전망
"기존 코스피 전망치는 글로벌 AI(인공지능) 수요 급증, 관련 CAPEX(설비투자) 전망 상향, 그리고 이에 따른 코스피 이익 상향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이란전 리스크가 소강 상태에 들어서자 국내 증시가 무섭게 달리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코스피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6일 코스피지수가 7000을 돌파하고 단숨에 7400을 넘는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다수의 증권사들 코스피 예상 밴드를 넘어서게 됐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수요가 지속되는 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머니투데이가 4~6일 국내 증권사 18곳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밝힌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 상단은 7040~8600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코스피 예상밴드 상단을 8400, 8600으로 각각 높이는 등 증권사들의 눈높이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하반기 증시 전망 발표시 코스피 예상밴드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9000 전망도? "생각보다 강력한 랠리 올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가 저항선인 6500을 추세적으로 돌파하면서 생각보다 강력한 랠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과거 경기확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20% 내외의 조정이 나왔던 사례에서 전고점 돌파 후에 강력한 랠리가 나타났던 점을 들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성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추가 상승의 이유로 꼽혔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인은 반도체 중심의 가파른 실적 추정치 상향"이라며 "주가 상승 속도가 가팔랐지만 대부분 펀더멘털에 기인한 변화로 글로벌 AI 인프라 수요가 지속되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반도체와 산업재의 구조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여전히 저평가"라고 했다.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낮아지고 있다. 김동원 센터장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7.6배에 불과하다"며 "펀더멘탈은 너무 강한데 밸류에이션은 너무 낮다"고 했다. 이를 반영해 PER 10배를 가정하면 9100선을 넘는다.
이 밖에 환율 안정에 따른 외국인 수급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이 안정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며 과도하게 낮았던 밸류에이션이 회복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까지 더해질 경우 상승 폭이 더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연준이 금리인하를 1회이상 단행해 멀티플 리레이팅이 자극되면 코스피 예상 밴드를 7300~9100까지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주도주 전략 유지...AI 밸류체인 확장에도 주목"
이에 따라 반도체가 상승을 이끄는 그림은 유지될 것이란 예상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 전망 상향 조정으로 한국 증시는 저평가 국면으로 보여진다"며 "이익 상향 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이들은 주도주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AI 성장에 따라 반도체 외의 AI 밸류체인으로도 온기가 확산될 것이란 예상도 더해진다. 이진우 센터장은 "낙수 효과로 AI 인프라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존재한다"며 "AI 연산량 폭증으로 메모리, 네트워크 기판으로 이어지는 투자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고 CPU까지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또 전력원과 관련한 주가 랠리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밖에 건설, 증권, 지주, K뷰티 등도 유망한 업종으로 꼽혔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외에도 전쟁 이후 재건에 필요한 건설, 에너지 수급을 위한 원전 등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근창 센터장과 최도연 센터장은 증시 강세에 따른 증권주를, 박연주 센터장과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화장품 업종을 언급했다.
반면 리스크 요인으로는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가능성을 꼽았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상방 요인이 되겠지만 통화정책의 변화는 리스크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란전으로 여전히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통화정책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비용이 금리 등 금융시장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2022년과 같이 극단적인 물가 상승과 긴축 사이클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유가가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인 조정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코스피 7000시대를 맞이한 데에는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이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3차례 상법개정에 이어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머니투데이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과도하게 낮았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회복되고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차례 상법개정을 통해 거버넌스의 불투명성과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개편되고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으로 내년까지 시장에 2차 유동성과 자사주 소각 모멘텀(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상반기를 지나면서 코스닥 중심으로 한 증시 활성화 대책이 가세한다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재명 정부는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회 분리선출 확대 등 1·2차 상법개정안을 통해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작동 방식을 변화시켰다. 여기에 더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개정도 마무리한 상황이다.
추가로 정부가 발표한 중복상장 원칙 금지는 상반기 중, 코스닥 2부 리그 승강제 도입 등 코스닥 시장개편안은 연내 추진한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이처럼 기업 거버넌스 개선, 주주환원 등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꼽는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추가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업승계 문제에 직면한 중견기업 등은 현행 상속세 실질 세율이 60%에 달해 주가를 일부러 낮춘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상속·증여세법 개정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나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20%를 가산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면 최고세율은 실질적으로 60%까지 올라간다. 이처럼 과도한 세부담이 시장 전반의 디스카운트를 심화한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여당에선 상장주식 시세가 PBR(주가순자산비율) 0.8배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상장주식처럼 자산과 수익을 반영해 과세하고 상장사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세 20% 할증 폐지, 상장주식 물납을 허용하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지난해 처음 등장했다. 이어 김현정 의원은 PBR 2년 연속 1배 미만 상장사에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의무화했고, 안도걸 의원은 여기에 더해 '3년 연속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 8% 미만' 지표를 추가해 대상을 좁혔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기업의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규제도 필요하지만 상속세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의 경우 대주주 비중이 높은 종목이 많아 상속세법 개정으로 세부담을 낮춰줘야 주가 누르기 방지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이외에도 비반도체 업종으로 이익기반 확산 등 산업구조 다각화,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재투자 지원 등 정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