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드그룹, 글로벌 밸류체인 완성...실적 퀀텀점프 본격화

반준환 기자
2026.05.07 13:49

[종목대해부]패션-뷰티-플랫폼 사업축 3각 시너지 본격발휘될 듯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오랜 기간 성장 에너지를 축적해온 기업이 퀀텀점프를 이루기 직전에는 여러 가지 전조증상이 나오곤 한다. 매출이 크지 않았던 기존 사업 부문의 외형이 갑자기 커지며 수주가 급증하고, 수익성 개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계열사 실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수익성이 낮았던 사업부문을 대신해 신사업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도 변한다. 이런 신호가 동시에 포착된다면 퀀텀점프의 임계점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이런 흐름을 얼마나 빨리 잡아내느냐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크게 엇갈린다. 시장이 인식하기 시작할 때는 이미 주가가 상당 부분 올라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변화의 초입, 수치가 막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큰 과실을 얻는 이유다. 최근 밸류체인을 완성한 폰드그룹은 이런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 중 하나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24년 연속 흑자…세계 패션업계가 알아주는 폰드그룹

폰드그룹은 2002년 이순섭 회장이 설립한 비케이패션 코리아를 전신으로 한다. 홈플러스·롯데마트 납품에서 출발해 TV쇼핑 채널을 발판 삼아 아디다스·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웨어 라이선스를 하나둘 따냈다. 2012년 푸마 바디웨어 계약이 결정적 전환점이었고 2013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사세가 가파르게 커졌다. 2015년 필코전자와 합병하며 코스닥에 입성했고 패션부문 매출이 2016년 2500억원, 2017년 3000억원을 차례로 넘어섰다.

이 회장은 24년간 회사를 경영해오면서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카테고리 확대'와 '영토확장'이라는 두 가지 경영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PVH그룹·G-III 어패럴·델타 갈릴(Delta Galil) 등 세계적 패션 기업들과 20년 가까운 파트너십을 쌓았다..

비케이패션 코리아는 2006년 코웰패션으로 이름을 바꿨고 2023년 12월 코웰패션의 패션사업부문이 인적분할하면서 폰드그룹이 새로 탄생했다. 이후 이 회장은 2년간 구조적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M&A를 통해 화장품과 커머스라는 신사업 영역에서 유망 기업들을 차례로 품에 안으며, 기업의 얼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폰드그룹의 사업구조는 크게 '패션-뷰티-플랫폼'의 3축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매출의 86%를 차지한 패션부문은 폰드그룹의 핵심사업으로 글로벌 라이선스 운영으로 명성을 날려왔다. 아디다스골프·푸마·캘빈클라인·DKNY·에스카다·BBC Earth·카파·슈퍼드라이· 오프화이트(Off-White™)'·스파이더(브랜드유니버스) 등 30여 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OEM/ODM 생산, 홈쇼핑·이커머스·오프라인 판매까지 폰드그룹이 모두 직접 처리한다.

패션부문에서 가장 주목할 아이템은 슈퍼드라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IP를 직접 소유한 유일한 브랜드로, 현재 국내 23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아일릿을 앰버서더로 내세워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아시아 6개국 50개 매장에 홀세일 방식으로도 납품한다. 영국 본사향 OEM 공급도 추진 중이다.

슈퍼드라이, BBC Earth, 스파이더 등 탄탄한 브랜드로 패션부문 순항

BBC Earth는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로 현재 26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대만의 스포츠 유통업체 모멘텀(Momentum)을 통해 대만에도 진출했다. 스파이더(브랜드유니버스)는 전국 97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중에 있으며, 한화 이글스 스폰서십 등 스포츠 마케팅과 연계한 브랜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매출의 13.4%를 차지한 뷰티부문은 최근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사업이다. 2026년 1분기에는 매출 비중이 17%까지 확대됐다. 2024년 폰드그룹에 인수된 글로벌 K-뷰티 유통 플랫폼 '모스트'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모스트는 미국 코스트코 본사를 포함한 글로벌 코스트코 및 북미의 다양한 유통 채널에 한국 화장품을 유통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세포라를 통해 아시아 5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호주·홍콩)과 캐나다에 진출했고, 2026년 8월에는 미국 타겟(Target) 입점을 예정하고 있다.

여기에 '조선미녀' 브랜드 창립자 김강일 대표가 이끄는 올그레이스라는 회사가 폰드그룹에 가세한 상태다. 지난해 9월 폰드그룹이 지분 100%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고, 올해 4월 흡수합병이 완료됐다. 올그레이스는 자체 스킨케어 브랜드 '셀레베(SELEVE)'를 아마존·큐텐·코스트코에 입점시켰으며, 현재 미국·유럽·일본·중동·동남아·러시아 등 4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다.

주목할 것은 플랫폼 부문이다. 10년 전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백화점에 가거나, TV 홈쇼핑을 보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다. 그런데 지금 20·30대가 옷을 사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을 스크롤하다가 짧은 영상 하나가 눈에 걸린다. 인플루언서가 코디한 재킷, 한정판 운동화, 신상 가방. 영상 아래 '구매하기' 버튼이 달려 있다. 영상을 보다가 눈에 들어오면 바로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숏폼 커머스라 부른다. 15초~1분짜리 짧은 영상(숏폼)이 쇼핑의 시작점이 된 것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라이브커머스인데 TV 홈쇼핑의 인터넷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판매자가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서 실시간으로 옷을 입어보고, 시청자들은 채팅창에 사이즈나 색상재고 등을 묻고 바로 답을 듣는다. 홈쇼핑과 다른 점은 수수료가 훨씬 싸고, 가격이 실시간으로 흥정되듯 결정된다는 것이다.

패션+조선미녀 브랜드 창립자 김강일 대표의 뷰티사업+라이브 커퍼스 사업, 폭발적인 성장세 더해져

폰드그룹 CI

이 채팅창 분위기에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긴박감이 더해지면서 구매 전환율이 일반 쇼핑몰의 몇 배에 달한다. MZ세대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셀러(판매자)의 방송을 보는 것 자체를 즐긴다. 셀러를 단순한 판매원이 아니라 패션 큐레이터나 인플루언서로 보기 때문이다. 단골 시청자가 생기고, 팬덤이 형성된다.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 3조원에서 2025년 4조7000억원으로 2년 만에 57% 성장했다. 폰드그룹은 현재 클릭메이트라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폰드그룹의 매출(수수료만 매출로 집계)에서는 0.5% 비중에 불과했으나 취급액은 1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올해는 취급액 3,000억원 이상이 예상되고 있고 매출 비중도 6%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클릭메이트의 스타 셀러 '쓰리백'은 단골 고객만 29만 명이다.

클릭메이트에는 쓰리백 같은 셀러가 1300여명에 달하고 110만 명의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취급액 목표는 3000억원 이상. 1분기 플랫폼 부문 매출만 57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12% 성장했다.

폰드그룹은 여기에 헐크창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 지원업체 루다엘을 인수(지분율 51%)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루다엘은 셀러의 활동을 지원하는 업체다. 최근 인기를 끄는 상품을 소싱해줄 뿐 아니라 판매전략과 고객관리, 방송형태 등을 컨설팅해 라이브 커머스의 셀러 매출을 극대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헐크창고와 연계한 방송에서 단일 방송 당 최고 매출액 6억원을 기록하는 사례도 나왔다. 루다엘은 폰드그룹의 지원 아래 3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부터 실적 편입이 예상된다.

이순섭 폰드그룹 회장은 이번 루다엘 인수의 의미를 설명하며 "2027년은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는 원년이 될 것이며, 올해 실적을 보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패션-화장품-플랫폼 사업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일단 계열사에 편입된 회사들의 실적은 2026년부터 연간 전체로 연결에 반영된다. 2025년에 올그레이스와 클릭메이트는 각각 4분기 수치만 연결실적에 포함됐지만 올해는 연간실적이 다 합산된다. 올그레이스는 2025년 연간 매출 123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매출의 50%에 달하는 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6년에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글로벌 채널 판매 확대로 매출이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미녀 브랜드 창립자 김강일 대표가 이끄는 회사답게 자체 스킨케어 브랜드 셀레베 역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순섭 폰드그룹 회장 "2027년 1000억 영업이익 진입, 올해도 성장세 자신"

모스트 역시 2026년부터 유통 채널이 폭발적으로 다변화된다. 3월 세포라에 이어 8월에는 미국 타겟(Target) 입점이 예정되어 있다. 코스트코·세포라·타겟이 모두 열리는 셈이다. 타겟은 미국 내 약 1950개 매장을 운영하는 종합 유통 공룡이다. 올리브영이 한국에서 가지는 위상과 유사한 위치에서, K-뷰티를 미국 주류 시장에 안착시키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올해 뷰티부문 영업이익이 50%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클릭메이트 역시 올해 큰 폭의 실적기여도가 예상된다. 루다엘(헐크창고)은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편입이 예상된다. 이들 플랫폼 업체는 매출로 잡히는 수수료는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 기여도가 상당하다.

증권사들이 올해 폰드그룹 영업이익을 7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2025년 574억원과 비교하면 성장속도가 무척 가파르다. 투자은행(IB)관계자는 "클릭메이트는 폐쇄형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재고 관리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워 브랜드사, 셀러,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채널"이라며 "대중에게 가격이 노출되지 않아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고객이 셀러에게 바로 입금하는 즉시 정산 시스템도 차별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 네트워크와 해외 소싱 채널, 국내 브랜드 및 유통사 네트워크를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상품 영입이 본격화되며 플랫폼 상품력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패션 전문 셀러인 오드리겸, 신난데이, 리클라라, 제이플러스 같은 셀러들은 2년 전 2000만원 매출에서 최근 평균 3억원대 매출, 최고 기록은 8억원대까지 달성하고 있다.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이미 45만명을 돌파했다. 연예인·방송인·아나운서·쇼핑 호스트들의 입점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인플루언서 채널로의 진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이번에 인수계약을 체결한 루다엘 역시 "기존 단일 품목 중심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에서 의류, 패션 소품, 전문 뷰티로 라인업을 확대해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헐크창고 동종업체인 픽라이브는 창고 DB 매칭을 해주지만, 30개 글로벌 브랜드의 재고를 정가 이하로 공급할 능력은 없다. 그립은 셀러 4만8000명을 보유한 대형 플랫폼이지만, 그립과 클릭메이트는 완전히 상반된 전략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립은 오픈형으로 가격이 노출되지만, 클릭메이트는 폐쇄형으로 브랜드 가치를 지킨다.

중국의 선물(선찐그룹, 심천)이나 왕홍 소싱 하우스들은 공장 직접 소싱 + 왕홍 연결이라는 구조로 수천억원 매출을 내고 있는데 한국에도 이 모델이 이제 막 태동한 셈이다. 이 회장은 "외부 유통채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브랜드를 키워내고 수익을 창출하는 자생적 비즈니스 밸류체인이 구축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F&F가 MLB·디스커버리를 기획·제조하면서 자체 온라인몰(F&F몰)까지 운영하는 구조와 비슷하지만, 폰드그룹은 여기에 K-뷰티 수출이라는 완전히 다른 이익 풀까지 얹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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