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의 분기별 실적공시 의무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제안하는 등 공시 부담 완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오히려 공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기업과 투자자 간 소통이 강조되면서 가장 기본인 소통창구인 공시를 강화하는 추세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미국의 분기 실적 공시 의무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 금융당국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주주가치 제고 흐름 속에 공시를 강화하는 기조다. 사업·반기·분기보고서 등 정기공시 외에도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등을 통해 기업이 주주와 소통하는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밸류업 공시로도 불리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은 강제성이 없는 자율공시임에도 건수는 증가세다. 지난달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누적 714개사로 전체 시가총액의 77%를 차지한다. 코스피 기업으로 추리면 83%에 달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상장기업이 해당 내용을 즉시 공사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그동안 상장사는 재산상 손해가 크게 발생한 경우에만 수사 공시했을 뿐 재산손해가 없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공시의무가 없었다. 중대재해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행정·사법조치가 강화하면서 공시 필요성이 제기되자 관련 제도를 손질했다.
신규 상장사에 대한 공시도 강화했다. 지난해부터 처음 사업보고서 제출대상이 되는 신규상장 법인은 직전 분기나 반기보고서를 추가로 공시하도록 했다. 그동안 신규 상장사는 직전 사업연도 사업보고서에 대해서만 공시 의무가 있어 상장 직전 사업이나 재무상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업종 관련 공시제도 전면 개편에 나섰다. 제약·바이오가 전문 영역이어서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하면서다. 특히 코스닥에서 제약·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관련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투자했다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오는 6월까지 투자자가 제약·바이오 공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 구조와 표현 방식을 재설계해 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상장, 상장 이후, 언론보도 등 단계별로 공시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상장사의 자기주식(자사주) 보유현황 공시 대상도 확대했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보유한 경우 자사주 보유현황과 처리계획 등을 1년에 2번 공시해야 한다. 그동안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 자사주를 보유한 경우 1년에 1번 공시했다.
임원의 보수 공시도 강화했다.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 내 임원 보수총액 공시에 총주주수익률(TRS), 영업이익 등 기업성과 항목을 함께 제시하도록 했다. 현행 공시로는 투자자들이 임원보수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제도를 정비했다. 새로운 임원보수 공시는 다음달 말 제출하는 반기보고서(12월 결산법인기준)부터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