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로 증권사들의 대기업 IPO(기업공개) 주관사업이 줄줄이 지연된 가운데 대기업 IPO에서 비껴나 있던 삼성증권은 IPO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증권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삼성증권이 발행 주관사단에 포함된 기업의 IPO 공모금액은(공동 주관 포함) 6207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증권사 가운데 2위 수준이다. △케이뱅크 4980억원 △채비 1107억원 △삼성스팩13호 120억원이 합산된 금액이다. 삼성증권은 주관사단에서 정해진 비율에 따라 수수료를 수령하게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삼성증권이 참여한 기업 공모 규모는 243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케이뱅크 IPO 참여가 삼성증권의 실적을 키웠다.
NH투자증권은 올해들어 전날까지 6433억원 규모 공모에 참여해 1위를 기록했다. △케이뱅크 4980억원 △덕양에너젠 750억원 △폴레드 130억원 △코스모로보틱스 250억원 △인벤테라 196억원 △엔에이치스팩33호 127억원으로 구성됐다. 올해 같은 기간 공모 규모 1261억원을 기록한 {KB증권}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공모 규모가 1조265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 IPO인 LG씨엔에스 공모금액 1조1994억원이 반영된 영향이다.
IPO 시장에서는 SK에코플랜트(대표 증권사 기준 NH투자증권·크레디트스위스·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한화에너지(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 CJ올리브영(미래에셋증권·모건스탠리) 등이 중복상장 이슈로 상장 시점을 조정하거나 재검토하는 대상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대기업 IPO 시장에서 강자로 거론돼 왔던 증권사들이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경영권 승계 등을 검토할 때 주된 자문 대상으로 삼는 증권사들이 이들 세 증권사로 알려져 있다.
반면 삼성증권은 중소형 IPO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중복상장 이슈로 받는 타격이 제한된 증권사로 손꼽힌다. 삼성증권은 이해상충 논란을 의식해 대기업 IPO 수임에는 소극적 증권사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이 반도체·전자·금융·물산·바이오·건설 등 광범위한 업역에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 ECM(주식자본시장) 부문 임원은 "중복상장 규제가 대기업 계열사 상장을 준비하던 증권사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기업 상장에 주력했던 증권사들의 일정이 지연되는 사이 삼성증권이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각되는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중복상장 규제는 상장사가 지배하는 자회사나 계열회사가 상장을 추진할 때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와 자회사 독립성 등을 따져 상장 허용 여부를 가리는 상장심사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