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30% 허용 안하면 177조 매도폭탄 나온다…내일 국민연금 판가름

김지훈 기자
2026.05.27 14:47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도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4.14. mangusta@newsis.com /사진=김선웅

국민연금이 오는 28일 500조원대에 달하는 국내주식 보유분에 대한 리밸런싱(자산재배분) 기준을 새로 세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현행 최대 허용비중 19.9%를 훌쩍 웃도는 수준까지 국내주식 보유를 용인하는 방안을 검토선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자산배분 원칙을 강행하면 국내주식 보유분 가운데 176조9000억원어치가 기계적 매도 압력에 놓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국민연금은 지난 1월부터 비중 목표치에 맞춘 기계적 매도를 유예한 상태다. 국민 노후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높인 조치지만 관련 회의록 등 의사 결정 과정에서 비공개처리가 늘어 시장에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재차 유보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코스피 8400 대입하면 국민연금 국내주식 보유분 535조…국장 비중 30% 어쩌나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 및 수익금/그래픽=이지혜

27일 관가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28일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한다. 중기자산배분안은 향후 5년간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목표비중과 운용 방향을 정하는 계획이다. 2027년부터 적용될 자산배분 방향이지만 올해 증시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이미 현행 허용범위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새 목표비중은 향후 초과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지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5일에도 중기자산배분안 수립 관련 주요 검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했다. 기금위가 한 달에 두 번 개최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국민연금이 코스피 급등과 원/달러 고환율 여건 속에서 자산배분에 고심하고 있음이 시사됐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매도해 해외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원화는 하방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 채권에 대한 수요는 금리(채권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임)와 연결된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6.4.1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코스피가 27일 장중 신고가인 8457.09를 기록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도 500조원 중반대를 향해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의 지난 2월 말 국내주식 평가액은 395조1000억원(코스피 6244.13기준)이었다. 여기에 5월27일 장중 고가 8457.09를 산술적으로 대입하면 2월 말 대비 상승률은 35.44%로 국내주식 평가액은 535조1000억원으로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연말 전체 기금 운용 수익률(18.82%)를 훌쩍 웃돈다.

기금위는 올해 1월 회의를 열어 국내주식 비중을 14.9%로 0.5%포인트 높였다. 아울러 비중을 초과하면 기계적 매도에 나서는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다만 시장에선 국민 노후자산이 국내주식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날 장중 고가에 최근 1800조원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 기금 규모를 대입하면 국내주식 비중은 29.7%로 추산된다. 기금 1800조원 기준 19.9% 한도(358조2000억원)을 적용하면 176조9000억원은 원칙상 기계적 매도 압력에 놓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국민연금은 보유자산 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실제 평가액은 종목별 보유 비중과 매매 내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본 GPIF 목표비중 25%에 전략·전술 한도 더하면 30%…리밸런싱 유예설도

[부산=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준비 현황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5.27.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국민연금은 코스피 급등에 따라 국민 노후 재원을 빠르게 불렸다는 긍정적 시선과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부정적 시선을 동시에 받는다.

국내주식 보유 한도를 다룬 회의록을 4년간 비공개로 처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 노출을 줄이는 대신 감시 사각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23일에는 매번 기금위 의결을 거쳐야 했던 전략적 환헤지도 보건복지부·기금운용본부 협의체에 위임해 수시로 발동할 수 있게 됐다. 환헤지 발동 규모와 시기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기금위에서는 국민연금이 당장 리밸런싱에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높이는 구상이 안건으로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거론하는 사례는 일본공적연금펀드(GPIF)로 GPIF의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25%다. 국민연금도 목표비중이 25%로 높아지면 기금 규모 1800조원 기준 국내주식 보유 가능액은 450조원이 된다. 여기에 기존 전략적·전술적 허용범위 5%를 더하면 상단은 30%로 올라가고 보유 가능액은 540조원이 된다. 이날 장중 고점 수준으로 주가가 오른 상태도 보유가 허용 가능한 범위다. 다만 국민연금은 리밸런싱 방향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바클레이즈는 이날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국내채권 목표비중을 줄이고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올해 말까지 유예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리밸런싱에 따라 국내주식을 대거 매도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타격을 입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부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국내채권 비중을 크게 줄이고 해외자산 비중은 일부 줄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월16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내 주가가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한도를 초과했는데 이것을 계속 팔아야 하느냐"라며 "국내 증시가 잘되는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보유하면 그만큼 득이 되고 국민의 노후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내년 기금운용위를 개최해 투자지침 기준들을 변경하려고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금위 모두발언에서 "최근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 등 주요 자산군의 성과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며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라며 "중기자산배분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인 만큼, 기금위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정부 기조가 국민연금 기금운용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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