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으로 코스피 5000시대를 실현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대선후보 시절 SNS(소셜미디어)인 X에 쓴 글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5년 안에 코스피 5000이 가능하다"고도 했지만 AI(인공지능) 훈풍에 취임 7개월여 만인 지난 1월 '코스피 5000시대'가 열렸다. 이후 중동 전쟁 리스크에도 코스피는 전인미답의 8000 고지까지 돌파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과 함께 상법개정 및 자본시장 개혁, 생산적 금융 전환 노력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 많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상장사들의 실적 모멘텀과 정부의 적극적인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며 코스피 급상승을 끌어냈다고 본다.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 타결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의 구두 개입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 노력 등이 코스피 대장주의 최대 리스크를 완화했다는 시각이 적잖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선이 있지 않느냐"며 삼성전자 노조를 연대·책임 의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동 존중 기조 속에서도 노동권만큼 기업의 경영권도 중요하다는 실용주의적 정책 접근을 보여주는 실례였다.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불법행위 자본시장 정상화 의지를 보인 이 대통령의 행보도 시장에 던지는 긍정적 메시지가 됐다. 수시로 X에 올린 글에선 주식시장 불공정 행위시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한다며 시장 질서를 강조했다.
여기에 주주 보호 강화를 위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및 자사주 소각 의무 등의 상법개정안, 최근 추진 중인 중복 상장 제도 개선 의지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희석시키는 중요한 재료가 됐다고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은 "코스피는 정책 기대와 실적 모멘텀이 합쳐져 글로벌 상승률 1위라는 압도적 결과를 내고 있다"며 "상장사들이 올해 1분기 동안 지난해 자사주 소각의 70%에 해당하는 공시를 낼 정도로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도 "코스피 8000은 단순히 새로운 지수 영역대를 넘어 장기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한국증시에 대한 재평가를 이뤄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부동산에 쏠려 있던 국민 자산과 유동성 물꼬를 자본시장으로 틀었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연내 코스피 1만 포인트 달성 전망도 적지 않다.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코스닥 시장 정상화는 남은 과제로 꼽힌다. 5년간 1242억원을 산업 저변에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추진과 코스닥 승강제,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 및 물적 분할 등 코스닥 관련 정부 정책 방향은 이미 나온 상태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추가 자금공급, 주주가치 강화를 위한 중복상장 규제 시행, 불공정거래 단속 강화 등의 방안들이 맞물리면 하반기 코스닥 강세장이 올 것이란 기대가 흘러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의 경우 성장시장이라는 정체성을 고려해 '신뢰회복'을 위한 접근을 해야 한다"며 "실적 모멘텀이 여전한 상황에서 코스닥까지 살아난다면 한국 증시가 이재명 정부에서 최전성기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