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고, 동료들과 사이좋은데..."대화 힘들어" 퇴근 후 돌변, 위험 신호?

일 잘하고, 동료들과 사이좋은데..."대화 힘들어" 퇴근 후 돌변, 위험 신호?

홍효진 기자
2026.07.1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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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서 웃다가도 집 오면 '무기력'
'고기능 우울증' 환자, 증상 자각 못하기도

사진은 기자가 요청한 AI(인공지능) 이미지. /사진=챗GPT
사진은 기자가 요청한 AI(인공지능) 이미지. /사진=챗GPT

#직장인 김모씨(30대)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맡은 업무를 문제없이 처리한다. 동료들과 사이도 좋고 업무 성과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퇴근 후나 주말이 되면 무기력감에 빠져 소파에 누워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다. 최근 들어 즐거움을 느끼는 일도 줄고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날이 반복되지만, 김씨는 "그래도 일은 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

겉으로는 일상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내면에선 우울감·무기력·공허감·흥미 저하 등을 지속해서 겪는 상태를 '고기능 우울증'이라고 한다. 정식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선 주요 우울장애나 지속성 우울장애 등으로 진단될 수 있다. 고기능 우울증을 겪는 이들은 업무와 일상을 수행하고 있어, 정작 본인조차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피로나 성격 문제로 여기기 쉬워 치료 시기도 놓칠 수 있다.

고기능 우울 증상을 겪는 사람은 우울증 증상을 보이면서도 책임감이나 생활 습관에 의지해 업무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같은 일을 처리할 때 전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과도하게 몰아붙일 수 있다. 이 경우 직장에선 평소처럼 생활하지만 퇴근 후엔 대화나 집안일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주말 내내 누워 있어도 회복되지 않는 양상이 반복되기도 한다. 업무 성과가 유지되고 있단 이유만으로 우울 증상이 가볍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능보다 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고기능 우울증은 번아웃(극심한 정신적·육체적 피로로 무기력함을 느끼는 상태)과 혼동하기 쉽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번아웃을 질환이 아닌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와 관련된 '직업적 현상'으로 분류한다.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 업무에 대한 냉소나 심리적 거리감, 직업적 효능감 저하가 주요 특징이다. 증상은 주로 직장이나 특정 업무 상황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반면 우울증은 직장을 벗어난 뒤에도 증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휴가를 가거나 충분히 쉬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취미와 가족관계 등 생활 전반에서 흥미와 즐거움이 줄어들 수 있다.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거나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며 심한 경우 죽음이나 자해에 관한 생각이 동반될 수 있다.

우울증을 진료할 땐 '일을 할 수 있는지'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우울감이나 흥미 저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 수면·식욕·에너지·집중력 등에 변화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평가 결과에 따라 주요 우울장애나 지속성 우울장애 등으로 진단될 수 있으며, 원인이 다른 신체질환이나 약물 등에 있을 가능성도 함께 확인한다. 주요 우울장애는 우울감 또는 흥미 저하를 비롯한 증상이 대체로 2주 이상 이어지는 경우, 지속성 우울장애는 비교적 만성적인 우울 증상이 성인에서 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진단을 고려한다.

우울증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지속 기간,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상담과 인지행동치료 등 정신 치료를 시행할 수 있고 필요시 항우울제를 비롯한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감이나 무기력, 흥미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충분히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혼자 버티기보다 전문의의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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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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