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코스피는 급격한 변동성 장세가 전망된다. 지난주 880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피는 주 후반 고환율·차익실현 영향으로 8100대로 밀려 있다. 네 마녀의 날·스페이스X 상장 등 대형 이벤트도 줄이어 대기 중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6월1일~5일) 코스피는 전 주말(8476.15) 대비 315.56포인트(3.72%) 내린 8160.59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기간 개인은 15조9774억원, 기관은 2조5327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8조6301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강화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방한 등에 대한 투자 심리로 지난 2일 8801.49까지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장 중 한 때 8933.62까지 치솟으며 9000을 넘보기도 했다. 특히 주도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7만원, 240만700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는 2거래일 사이 7.28% 떨어졌다. 브로드컴의 AI(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반도체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4일과 5일 외국인의 순매도 1, 2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해당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5조8150억원, SK하이닉스를 2조490억원 팔았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넘기면서 외국인 차익실현 압력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장 중 한 때 1562.47원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이같이 불안한 흐름이 이번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물가 지표 발표가 줄줄이 대기 중인데다, 스페이스X 상장 등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있는 큰 이벤트가 대기 중이다. 관련해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7800~8900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미-이란 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는 10일에는 미국 5월 CPI(소비자물가지수), 11일에는 PPI(생산자물가지수)가 공개된다"며 "현재 인플레이션 확대 배경에는 중동발 유가 상승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이란 협상 교착 국면이 이어질 경우 시장은 이를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5월 물가가 지난해 5월 대비 4.2% 상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물가 상승률(3.8%)보다 0.4%p 높다. 높은 물가 상승률은 금리 인상을 부추겨 위험자산 선호도를 떨어뜨린다. 아울러 오는 6월 FOMC는 케빈 워시 연준(Fed) 의장의 데뷔전이기도 해 경계감이 유지될 전망이다.
강윤형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AI 노이즈 확대와 금리 인상을 우려로 기술주 조정이 나타난 가운데,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첫 FOMC를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00년 이후 3차례 연준 의장 교체 당시 첫 FOMC 직전 주간 S&P500은 모두 하락했으며, 평균 수익률이 -0.77%였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일에는 한국 '네 마녀의 날'도 돌아온다. 네 마녀의 날은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개별주식 선물 △개별주식 옵션의 만기가 겹치는 날을 뜻한다. 네 개의 파생상품 만기가 한 번에 돌아오는 만큼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오는 12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도 변수다. 750억달러(약 115조원)의 역대 최대 IPO(기업공개)인 만큼 국내 자금이 스페이스X로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 있어 금융당국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청약 및 상장 후 진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자산 포지션을 비우는 과정에서 최근 상승 탄력이 가팔랐던 한국의 AI·반도체 주도주가 전술적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스페이스X 상장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수급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오는 6월 말까지 유동성 블랙홀 구간에서 국내 주도 섹터의 숨 고르기와 지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변동성 장세에 맞춰 경기 방어주로 대응할 것을 추천했다. 강 연구원은 "FOMC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위험자산 선호심리 축소 영향으로 경기 방어주 테마가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과거 연준 의장 교체에 따른 변동기에는 유틸리티·통신·필수소비재 등이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으나, IT 업종은 0.86%로 지수를 하회한 바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등 주도주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라는 점에 주목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합산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76조원으로 전년 대비 212% 증가할 전망이다"며 "영업이익 증가율 상위 업종은 2차전치·화학·반도체·에너지·디스플레이 등이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이익은 3개월 마다 계절적 성수기와 비수기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익 의구심이 서프라이즈로 증명되며 뒤늦게 리비전을 발동하는 패턴이 지난해 4분기부터 반복 중이다"며 "이는 분기 영업이익이 5% 이상 하회는 쇼크를 기록하기 전까지는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 연구원은 "가격 조정일 경우에는 경기 방어주, 기간 조정일 경우에는 오르지 못한 업종의 갬 메우기 장세가 예상되지만, AI CAPEX(설비투자) 자체에는 흔들림 없이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며 중장기적으로 반도체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했다.
이상준 연구원도 "6월 중순 이후 2분기 실적 시즌에 다가서면서 반도체 실적 모멘텀이 다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근 알파벳(구글)이 AI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800억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빅테크의 자금 조달 이슈를 환기하는 한편, AI 레이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