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 하락세의 원인으로 미국 빅테크(IT대기업)의 AI(인공지능) 투자 속도 조절 우려를 지목했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8일 이른바 '검은 월요일' 장세에 대해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매출에도 연간 AI 반도체 가이던스를 상향하지 않는 등 투자 속도 조절 우려가 촉발됐다"며 "이것이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의 차익실현 매물 집중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센터장은 20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 상황도 구조적 수급 공백의 낙폭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는 오후 12시44분기준 전거래일보다 4.74% 떨어진 7777.62에, 코스닥은 6.38% 빠진 938.44에 거래 중이다.
코스피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코스닥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낙폭이 오전 한때 컸지만, 오후 들어 소폭 회복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 센터장은 이번 하락장이 그동안의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봤다. 그는 "코스피 PER이 여전히 역사적 평균을 하회하고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과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중장기 업사이드 요인이 유효한 만큼 펀더멘탈 훼손이 아닌 기술적 과열 해소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주요 빅테크의 AI 투자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는 마이크론 실적, 2분기 프리뷰 시즌인 6월 말이 반등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달러 강세 지속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 리스크가 지속된다면 외국인 복귀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는 이번 조정 소화 후 재상승 시도가 예상된다"며 "반도체·AI 인프라 중심의 대형주가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코스닥은 1000선이 붕괴되는 등 상대적으로 더 깊은 조정을 받은 만큼 회복 속도는 코스피보다 느릴 수 있으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반도체 소부장, 바이오 우량주 중심으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지금과 같은 급락 구간에서 공포에 따른 손절 혹은 무분별한 추격 매수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포트폴리오 내 AI·반도체 쏠림 비중을 점검하고, 섹터 분산과 현금 비중 일부 확보를 통해 변동성에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또한 "장기 투자자라면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은 우량주의 분할 매수 관점을 유지하되, 단기 방향성 베팅은 자제하길 권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