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만든 낡은규정, 레버리지 ETF 괴리율 관리 '구멍'

김나경 기자
2026.06.14 11:26

[MT리포트]당국이 만든 투기판, 레버리지ETF⑤ 기초자산 움직임 반영 못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편집자주]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열풍이 거세다.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와 환율 안정 등을 위해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정책 효과는 미미한데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증시 영향에 대한 고민 없이 안이하게 도입한 정책으로 안정적인 투자 자산이어야 할 증시가 단타 위주의 도박판화 됐다는 비판이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와 비교해 359.67포인트(4.63%) 상승한 8123.62, 코스닥은 32.12p(3.22%) 오른 1029.05로 마감했다./사진=뉴시스

한국거래소 ETF(상장지수펀드) 관련 규정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라는 시장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16년전 마지막으로 개정돼 ETF의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가 과도하게 벌어지는 부작용을 제도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4일 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 2배수 연동을 운용 목표로 장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지난 8일 괴리율이 86%에 육박했다. 괴리율은 ETF의 시장가격과 ETF의 구성종목(SK하이닉스개별선물·SK하이닉스 등) 기준가의 차이를 퍼센트로 보여주는 것으로, 괴리율이 크다는 건 ETF 시장가격이 기초자산 움직임과 따로 놀고 있음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가 7.68% 하락 마감한 지난 8일,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49.7% 상승해 거래를 마쳤다. 괴리율이 벌어진 탓에 9일에는 SK하이닉스가 15.91% 올랐지만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27.03% 내리는 '비동조화 현상'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같은 괴리율 확대가 거래소 규정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다. 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ETF의 LP(유동성 공급자)는 종가 결정 시간대인 오후 3시 20분부터 30분까지 호가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거래소는 "단일가격 매매시간에는 합치가격으로 일시에 매매거래가 돼 LP에게 이 시간에는 호가제출 의무가 없다"며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 제31조의 5를 통해 '유동성공급호가 제출의 면제'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단일가격 매매시간에 LP의 유동성공급·거래체결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지만 지금과 같이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괴리율 확대'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다.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괴리율이 커진 것도 3시20분부터 30분까지 거래 물량이 쏟아지면서 ETF가 기초자산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했다. 지난 9일 해당 상품 거래대금은 약 384억8800만원으로 이번주(8~12일) 하루 평균 263억원이 거래됐다.

실제 LP의 호가제출 의무 면제를 규정한 거래소의 시행세칙은 2009년 7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돼 최근의 자본시장 정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장 거래량 급증, 장 시장·마감 시간대 물량 쏠림 등 불붙은 코스피 시장 변화에 뒤처져 있는 셈이다.

의무 면제한 규정 자체도 저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P가 호가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했기 때문에 LP들이 굳이 호가를 낼 유인이 없다"며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지만 '안 하는 것이 기본값'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동시호가 시간에는 LP들도 얼마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LP의 호가제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호가를 제출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규정을 손볼 권한을 가진 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당장 규정 개정을 검토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품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직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제도를 운영하면서 볼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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