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만든 투기판, 레버리지ETF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열풍이 거세다.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와 환율 안정 등을 위해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정책 효과는 미미한데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증시 영향에 대한 고민 없이 안이하게 도입한 정책으로 안정적인 투자 자산이어야 할 증시가 단타 위주의 도박판화 됐다는 비판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열풍이 거세다.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와 환율 안정 등을 위해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정책 효과는 미미한데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증시 영향에 대한 고민 없이 안이하게 도입한 정책으로 안정적인 투자 자산이어야 할 증시가 단타 위주의 도박판화 됐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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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일일 등락률을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하루에만 9조원에 달하는 거래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정부가 합법적인 투기판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정부는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서학개미를 지목하고 이들을 국내 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했으나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나 신용 대출 관련 규제는 강해지는데 사실상 차입 투자 효과를 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2배 수익률' 투기판에 9조…반도체 쏠림·괴리율 등 부작용도━ 14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개 합산 거래대금은 이날 기준 8조8782억원에 이른다. 순자금 유입 규모는 5조3700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심화교육을 신청한 예비투자자는 38만명, 교육을 이수한 투자자는 35만명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전국 회사 화장실을 트레이딩 룸으로 만들었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열풍을 빗댄 우스갯소리다. 상장 12거래일 만에 4조원 넘게 순자산이 늘어나는 등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에 몰린다. 최근 수개월간 이어진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려는 수요 때문이다. 변동성이 커지고 단타 매매가 극심해지는 등 부작용도 커진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일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14개 종목의 순자산은 8조6000억원으로 지난달 27일 상장 당시 규모인 4조10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가 2조8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가 2조원 규모로 뒤를 잇는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가 각각 1조9000억원, 1조2000억원 순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단일종목레버리지에 쏠리고 있다. 단일종목레버리지가 상장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규모(매수+매도)는 47조원 규모로 전체 ETF 거래의 21%를 차지했다.
최근 1주일간 사이드카가 6번 발동되는 등 코스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도 10% 이상씩 출렁거리는 모습이 빈번해졌다. 이에 2배 수익률을 기대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기초자산보다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떠안았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의 수익률은 -19. 5%를 기록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17. 7%로 나타났다. 이들 상품은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만9000원(8. 25%) 내린 32만2500원, SK하이닉스는 14만8000원(6. 44%) 내린 21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개별 종목 간 수익률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음의 복리효과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는 기간 수익률이 아닌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특히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장세에서는 기초자산이 주가를 회복하더라도 음의 복리효과로 레버리지 ETF는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 이후 9조원 규모로 성장한 기간 동안 국내 투자자가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순매도 한 금액은 2000억원에 그쳤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복귀 효과가 미미하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한국 개미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해외 운용사들의 국내 주식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붐으로 이어진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홍콩 증시에 상장된 CSOP 삼성전자데일리2X,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2X를 각각 8330만달러, 4770만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두 종목을 약 2000억원어치 순매도한 셈이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14개에 9조원 넘는 자금이 몰린 것과 비교해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다. 당초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상장한 취지가 해외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자를 국내 증시로 복귀시키고 환율 안정에도 기여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ETF(상장지수펀드) 관련 규정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라는 시장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16년전 마지막으로 개정돼 ETF의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가 과도하게 벌어지는 부작용을 제도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4일 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 2배수 연동을 운용 목표로 장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지난 8일 괴리율이 86%에 육박했다. 괴리율은 ETF의 시장가격과 ETF의 구성종목(SK하이닉스개별선물·SK하이닉스 등) 기준가의 차이를 퍼센트로 보여주는 것으로, 괴리율이 크다는 건 ETF 시장가격이 기초자산 움직임과 따로 놀고 있음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가 7. 68% 하락 마감한 지난 8일,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49. 7% 상승해 거래를 마쳤다. 괴리율이 벌어진 탓에 9일에는 SK하이닉스가 15. 91% 올랐지만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27. 03% 내리는 '비동조화 현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