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오는 10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 목록을 공개할 예정이다. 저PBR 기업들이 스스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차원이다. 사업 재편을 위한 기업 M&A(인수·합병)의 경우 의무공개매수제도와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을 통해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M&A를 통해 비효율적인 사업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재배치될 때 산업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저PBR 기업이 스스로 가치 제고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기업 리스트를 공표하는 절차를 10월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M&A 과정에서 일반주주 소외 문제에 대해서는 "주식 양수도 방식의 M&A에서 발생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일반주주도 합류할 수 있도록 의무공개매수제도를 개선하거나 빨리 도입해야 한다"며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힘을 실었다. 이어 권 부위원장은 "M&A 제안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것보다는 매수가격 등에 대해 이사회의 검토 의견을 공시토록 해서 일반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공시 강화를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기업 M&A 과정에서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합병비율 산정시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합병가액 산정방식 변경과 공시 의무화 △이사회 의견서 작성 공시 의무화 △합병 관련 특수관계인 등 이해관계 공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결정시 합병가액과 동일하게 자율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공정한 합병가액을 산정하라고 할 때 획일적인 정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답을 정하기보다는 그 과정을 충실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A 대가로 신주·자기주식·현금·모회사의 주식 등을 교부할 수 있는데 그 대가를 선택한 이유, 합병가액 산정을 위해 사용한 방법, 주식매수청구권 매수가격을 결정한 이유 등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합병유지청구권 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추가 제도 도입 필요성도 논의됐다. 황 연구위원은 "합병가액 등 공시를 사전에 확인한 결과 주주가 불이익을 입을 우려가 있을 때 행사 가능한 합병유지청구권, 합병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명문화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양수도 M&A 과정에서 지배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에게 공유하기 위한 의무공개매수제도와 관련해서는 대상자, 기간 설정 등을 두고 각론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특히 '지분율 50%+1주'를 기준으로 하는 방안을 두고는 반대 의견도 제시됐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존 지배주주로부터 40%의 지분을 인수한 후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10%를 공개매수 제의하는 등 '주주평등 대우의 원칙'이 부분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면서 "공개매수 발동지분율을 25%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유지분 비중을 계산할 때 자사주를 제외한 발행주식총수를 기준으로 하고 의무공개매수는 현금 매수만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M&A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신의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청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또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M&A 시장 현실을 고려해 '소규모 합병' 기준을 정비하고, 빠른 지급을 위한 사전지급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