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면 빨간색 볼로네제 스파게티를 흔히 주문하곤 한다. 스파게티와 곁들여 나오는 미트볼도 없으면 섭섭한 메뉴인데, 이 미트볼로 수천억원의 자산을 일군 사람이 있다. 최근 미국 대형마트에 델리(즉석조리) 식품납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마스 크리에이션즈 창업자 대니얼 만치니다.
대니얼 만치니는 1921년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니콜라 만치니, 안나 만치니 부부의 손자다. 이 이민자 부부는 뉴욕 브루클린 베이리지에 정착했고 다섯 자녀를 키웠고 이들의 자녀도 함께 살았다. 할머니가 된 안나는 이탈리아 음식을 일주일 내내 요리해 가족들을 먹였다.
음식을 좋아했던 대니얼 만치니는 15세 즈음에 가장 좋아하던 미트볼과 정통 이탈리안 소스 만드는 법을 할머니에게 배웠다. 비법이라고 생각했던 재료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소고기, 신선한 통달걀, 로마노 치즈, 양파, 파슬리, 소금과 후추 약간, 그리고 적당량의 빵가루. 단 7가지였다. 이 7가지 재료가 훗날 마마스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진짜 재료만 쓴다는 브랜드의 뿌리가 바로 여기다.
성인이 되자 만치니는 뉴욕 7번가의 의류업체에 입사해 25년 넘게 일했다. 1986년부터 1998년까지 의류회사 울트라핑크 사장을 맡아 연매출 1억달러(약 1450억원) 이상의 회사로 키우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7년에 변화가 찾아온다. 큰 성공을 거뒀던 의류사업에서 손을 떼고 음식점을 차리겠다고 한 것이다.
만치니는 친구들에게 할머니 레시피로 미트볼을 자주 만들어줬고 미트볼 댄(Meatball Dan)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던 2008년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누린 따뜻한 가족 만찬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진짜 미트볼을 정통 이탈리안 방식 그대로 진짜 소스에 담아 팔아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요식업 경험이 없다보니 제품을 만들어도 어떻게 팔지 몰랐다. 동네 식품매장에 미트볼 냄비를 들고 걸어 들어가 고객서비스 카운터에 올려놓으며 시식을 권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시식을 거듭 거절했지만 결국 맛을 인정받았고 이후에는 본격적인 사업준비에 착수했다.
이후 그는 18개월 동안 소량의 가정음식을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으로 만드는데 열중했다. 이 과정에서 40년이 넘는 식품업 전문가인 칼 울프 알파인레이스 전 CEO를 만났다. 칼 울프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약 150만달러(약 22억원)를 투자했다. 울프는 회사 브랜드와 레시피를 라이선스했고, 만치니는 로열티를 받는 구조로 동업이 시작됐다.
이들이 만든 마마스는 예상보다 빠르게 인지도를 올리게 됐다. 2009년 4월 마사 스튜어트 쇼에서 만치니에게 출연요청을 한 것이다. 의류업체 전직 CEO가 이탈리아 할머니 레시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스토리가 이목을 끈 것이다. 기록영상을 보면 만치니는 마사에게 할머니의 정통 이탈리안 미트볼과 슬로우쿡 소스를 직접 만들어 보였고 마사에게서도 큰 칭찬을 받았다.
이후 마마스는 투데이 쇼, 액세스 할리우드 라이브, CBS 로컬, 폭스비즈니스에 잇따라 나왔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뉴욕데일리뉴스에도 소개됐고 홀푸드를 비롯한 유명 슈퍼마켓 체인 입점이 이어졌다. 홈쇼핑 채널 QVC에 출연한 만치니는 방송시작 5분만에 비프 미트볼을 완판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요청을 받아 칠면조 미트볼을 만들었는데 2년만에 완성한 이 제품이 또 다른 히트작이 됐다.
2012년 만치니는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에 6평 남짓한 크기의 미트볼 가게를 열었는데, 여기서 컵 미트볼을 팔았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커피잔에 미트볼을 담아주던 기억에서 착안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제품이 오늘날 미국 마트를 휩쓰는 테이크아웃(그랩앤고) 트렌드의 원형이 됐다.
이런 사업성공을 토대로 마마스는 장외시장을 거쳐 2021년 7월 나스닥 이전상장에 성공했다. 만치니의 미트볼은 이제 코스트코, 월마트, 타깃, 푸드라이언의 델리 코너에 깔린다. 그가 15세에 할머니 곁에서 배운 7가지 재료가, 100개가 넘는 제품으로 미국 전역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마마스는 나스닥 상장 후 급격한 성장둔화와 위기를 겪다가 2022년 9월 오레오로 유명한 몬델레즈 출신 임원 애덤 마이클스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재도약에 성공했다. 당시 마마스는 미트볼 외에 히트상품이 없어 성장이 둔화되고 부채가 늘어나는 등 위기를 겪었는데 로스트 치킨, 샐러드 , 소시지 등 다양한 조리식품으로 식품매장 전체를 채울 수 있는 원스톱 델리 전문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때 마침 이게 1~2인 가구증대와 즉석조리식품 선호현상에 맞물려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마마스는 현재 시가총액 1조원에 육박하는 회사가 됐다. 2026 회계연도(2025년 2월~2026년 1월) 매출은 1억7171만달러(약 2490억원)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고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1542만달러(약 223억원)로 전년보다 52.5% 증가했다. 순이익은 529만달러(약 77억원)로 43% 늘었고 매출총이익률은 25.1%에 달한다. 현금성자산은 1년 새 715만달러에서 1995만달러로 거의 세 배 불었다. 총부채는 540만달러(약 78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