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시장의 변동성이 금융위기나 전쟁 수준으로 커졌다. 돌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10% 가까이 지수가 하락하고 변동성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반도체 랠리에 오르지 못한 투자자들이 포모(소외에 대한 불안)를 해소하기 위해 신용거래, 레버리지 상품 투자 등에 뛰어들면서 변동성은 더 커지고 시장 불안 요인도 가중되고 있다.
24일 코스피 200변동성지수(V-KOSPI)는 전일대비 5.40포인트 상승한 94.81로 마감했다. 지난 9일 91.23을 기록한 후 11거래일 만에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장 중 97.78까지 급등하며 100포인트에 육박하기도 했다. 코스피 200변동성지수는 코스피 200옵션을 활용해 향후 30일동안 시장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나타낸다. 급락 시 오르는 경우가 많아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최근 상승장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전일 코스피 지수가 9.99% 급락한 영향이다. 특히 직전 거래에서 코스피지수가 9000을 넘어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지 하루 만에 910포인트가 빠지며 충격을 줬다. 장중 지수 급락을 초래할 특정한 이슈는 없었다는 게 문제다. 과거 10% 안팎의 급락은 금융위기, 9·11테러, 미국·이란전쟁이 트리거가 됐다.
이에 비해 이번 급락은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 마이크론 실적 경계감, 반도체 쏠림 현상 되돌림, 레버리지 ETF 파급 효과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그간 상승장에서 쌓여 온 경계심이 다양한 재료와 함께 폭발적으로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은 이례적으로 컸다"며 "차익실현을 넘어 상승 과정에서 누적됐던 가격, 수급, 상품구조 과밀이 한꺼번에 청산된 장세였다"고 했다.
특히 6월 들어 하루에 5% 이상 급등락하는 날이 5거래일이나 되면서 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6월 들어 코스피 일간 변동률은 3.67%에 달한다. 하루 평균 3.67% 움직였단 얘기다. 지난해 일 평균 변동률이 1%였던 것에 비해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김효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 시장을 무너뜨릴 돌발 악재가 보이지 않는데도 하루 5%에서 10%에 이르는 극심한 등락이 며칠 간격으로 반복된다"며 "뚜렷한 이유없이 변동성이 반복될 때 시장에서는 환호보다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했다.
높은 변동성에서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빚투(빚을 내서 투자)와 레버리지 투자를 늘리고 있어 또 다른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상장 레버리지ETF(상장지수펀드)는 KODEX 레버리지(8조6000억원)를 포함해 33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모가 커지고 거래가 집중되면서 낙폭을 키우고 변동성을 높이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노 연구원은 "전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NAV(순자산가치) 수익률은 마이너스 25% 내외였다"며 "목표 레버리지 유지를 위해 매도 압력이 나타났고 낙폭을 더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