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에 대해 연내 '승강형 세그먼트' 시행안을 정하겠다고 예고했다. 1800곳을 넘긴 상장사를 재분류해 우량종목을 부각하고 부실종목을 도태시켜 증시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세그먼트 도입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르면 이달이나 늦어도 다음달부터는 공청회를 열어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며 "4분기 혹은 9~10월 발표가 목표"라고 답했다.
최 상무는 "지난 5월 업계·학계로 자문단을 구성했다"며 "같은 달 착수한 자본시장연구원 용역 보고서는 올 8~9월쯤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거래소는 코스닥 우량·대표기업을 '셀렉트' 세그먼트로, 위험기업을 '관리군'으로 각각 분류하고 정기 재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세그먼트 관련 지수도 산출해 ETF(상장지수펀드) 등 투자상품 출시를 유도할 계획이다.
우량주와 부실주가 뒤섞인 지형 탓에 투자자가 시장 전체를 기피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은 2006년 재무·유동성 문턱을 높인 '글로벌 셀렉트 마켓' 세그먼트를 신설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선례가 있다.
부실주 처리 대책에 대해 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소요기간을 단축해 시장 건전성을 개선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실질심사 평균 소요기간은 384일로 4년 전 대비 26.7% 줄었고 상장폐지 기업은 38곳으로 같은 기간 73.7% 늘었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 7월1일 개장해 이날 30주년을 맞았다. 시가총액은 7조원에서 출발해 2007년 100조원, 올 초 600조원을 돌파했다.
거래소는 기관·정책자금 여건이 개선되면서 코스닥 시장 개편이 적기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연기금 운용평가방식이 코스피 100%에서 혼합(코스피 95·코스닥 5)으로 변경된 데다 코스닥벤처펀드·국민성장펀드·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등으로 추가 자금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했다.
토론회에선 거래소가 산업별 특성에 맞춰 기관투자자 유입방안·상장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경영진의 소액주주 보호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주완 미래에셋증권 IB1부문 대표는 "우량·혁신 기업은 상장 전 여러 차례의 투자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져 오버행 문제가 있다"며 "재무적투자자(FI)나 경영권을 유지할 주주는 구주매출 폭을 넓힌다면 코스닥 시장이 시총이 크고 우량한 기업을 유치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운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본부장은 "투자 매력도가 높다면 기관은 뜯어말려도 투자한다"며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하다. 코스닥 시장은 대주주를 비롯한 모두가 엑시트하기 바빴고, 최근에도 리노공업 블록딜이 주가를 누른 사례가 있는데 기업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전례 없는 자본시장 호황에도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 코스피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선순환하는 동반성장 구조는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질서 확립의 핵심은 우량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한계기업은 즉시 솎아내는 '다산다사' 구조"라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부실기업이 떠난 자리를 혁신적 기술기업으로 메워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확대해 AI(인공지능)·방산 등 혁신기업들이 적기에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 국가 핵심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생산적 금융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거래소는 이날부터 오는 3일까지 코스닥협회·한국IR협의회와 공동으로 '코스닥 커넥트 2026' 행사를 열고 기업설명회·세미나를 주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