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스피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직후 연기금이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락장에서는 국민연금 등 장기 자금이 저가 매수에 나서 지수를 받쳐 줄 것이란 시장 일각의 기대와 다른 양상이 장 초반 나타난 셈이다. 국민연금은 전날부터 국내 주식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분 현재 연기금등은 코스피시장에서 1095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장 초반 순매수를 유지하던 연기금 등은 사이드카 발동 직후 매도 우위로 방향을 틀었다. 연기금 등은 개장 뒤 7분이 지난 시점(오전 9시7분)에 500억원대 순매수였지만 순매수 규모를 줄이며 9시10분에는 500억원대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후 9시44분 순매도가 1721억원까지 늘었다가 매수를 일부 재개하며 순매도 규모를 줄였다.
연기금등은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218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시장 일각에서 우려하던 국민연금발 수십조원대 대규모 매도 폭탄이 즉각 터지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전날 수준의 연기금 순매도액이 올해 말까지 매 거래일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7월1일부터 연말까지 누적 20조원대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시각(오전 10시4분) 외국인은 3조2068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은 2조7909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기관은 3180억원 순매수였다. 다만 기관의 순매수는 금융투자(4815억원)가 이끈 것으로, 연기금등은 기관 안에서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시장은 연기금등 거래 실적을 국민연금의 거래 동향을 드러내는 지표로 받아들인다. 국민연금은 4월 말 기준 국내 주식 보유 규모가 419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여서 국민연금 거래분이 집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7분3초를 기해 코스피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매도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도를 5분간 멈춰 변동성을 낮추는 장치로, 코스피200 선물이 5%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코스피지수는 매도 사이드카 발동 직전에 6% 넘게 급락하면서 8000대가 깨졌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가 확산하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커진 것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됐다.
전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SNS(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올랐다고 바로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고 떨어졌다고 바로 사들이는 기관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