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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기간을 줄이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개발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AI를 전면 도입한 게임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수백명의 개발자로 돌아가는 기존 공정을 하루아침에 AI 중심으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잘못 손댔다가는 신작 개발 일정이 꼬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썸에이지의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기로 소규모 조직으로 돌아간 썸에이지는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선제적으로 AI 중심 개발 체계를 설계하는 시도에 나섰다.
◇신작에 투입된 개발자는 단 2명
썸에이지의 변화를 상징하는 신작이 '프로젝트RB'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로블록스용 캐주얼 게임이지만 개발 인력은 2명에 불과하다. AI 도구 활용력이 뛰어난 정예 인력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고효율은 게임 개발 공정을 AI 중심으로 바꾼 덕분에 가능해졌다. 기존 공정은 사람이 하나부터 열까지 만드는 구조다. AI를 쓰더라도 개발자들이 초안 작성이나 단순 반복 작업에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썸에이지는 이런 방식에서 벗어났다. AI 도구를 개발 주축으로 삼았다. AI가 모든 개발 영역에서 다량의 결과물을 쏟아내면 소수의 개발자가 우수한 결과물을 선택하고 디테일만 손보는 구조다.
이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 개발은 기본적으로 기획부터 원화, 3D모델링, 애니메이션, 클라이언트, 서버, 사운드, QA 등 다양한 분야의 수십여명, 많게는 수백여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구조다.
이를 한순간에 AI로 대체하면 내부 반발과 저항이 뒤따를 가능성이 커진다. 자칫하다 신작 게임 출시 일정이 밀릴 수도 있다. 대형 신작을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대형 게임사로서는 더 엄두를 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가 하루아침에 전기차 회사로 바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기존 생산 체계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체계를 동시에 구축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썸에이지는 지난해 구조조정 이후 상대적으로 조직이 가벼워져 AI 중심 개발 체계로 과감하게 전환할 수 있었다.
◇신작 실패에 따른 타격 크지 않아
썸에이지가 기대하는 효과는 수익성 통제다. 기존에는 게임을 만들려면 개발자부터 모아야 했다. 다수의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 흥행하면 다행이지만 혹여라도 실패하거나 매출이 떨어지면 인건비가 그대로 고정비 부담으로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운영하는 일도 생각보다 엄청 손이 간다"면서 "한 달에 매출 3억원 정도 버는 MMORPG 장르 모바일게임이 있었는데 이를 운영하기 위해 80명 넘는 인력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 게임의 공세로 흥행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이런 구조에서는 투자자를 끌어들일 요인이 많지 않고 게임사는 높은 개발비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신작 하나가 실패하면 회사가 휘청이기도 한다.
하지만 AI 공정은 다르다. AI에 적절한 명령을 내리고 우수한 결과물을 선택할 소수의 개발자만 있으면 된다. 초기 자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게임이 실패하더라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업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결국 관건은 AI 공정으로 빚어낸 신작들의 결과다. 신작들이 기대한 성과를 낸다면 썸에이지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갖춘 게임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게임의 품질이 우수하지 않다면 AI 공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