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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코스닥 상장 당시만 해도 딥노이드에 대한 시장 주목도는 상당했다. 아직 개화 전이었던 국내 의료 AI 분야의 혁신을 앞당길 장본인이 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나왔다.
상장 5년이 지난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상장 당시 미래 성장 시나리오로 내걸었던 추정 손익계산서는 5년간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고, 실제 실적과의 괴리는 매년 커졌다. 대표 제품으로 내걸었던 ‘M4CXR’의 상용화 시기가 늦어지는 등 회사 측이 내건 마일스톤 달성엔 매번 변수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은 회사의 사업 계획에 대해 신뢰를 잃어갔다.
딥노이드는 지난 2021년 8월 기술특례 상장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당시 확정 공모가는 4만2000원, 이에 따른 공모 시가총액은 1800억원선이었다.
기술특례 상장의 경우 아직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미래 실적 추정치를 기반으로 수행한다. 상장예비심사 청구 직전년도인 2020년에 매출 4억원, 영업손실 8억원을 낸 딥노이드 역시 같은 방식을 따랐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당시 증권신고서에 첨부된 추정 손익계산서를 보면 딥노이드의 매출 추정액은 상장 첫해 19억원을 시작으로 이듬해 49억원(2022년), 103억원(2023년), 201억원(2024년), 313억원(2025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추정 이익 항목을 보면 상장 첫 해 68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이 2023년에 3억원대로 줄어들고, 2024년도부터는 흑자전환(영업이익 72억원)에 성공한 뒤 2025년엔 이익 규모가 160억원대로 뛸 것이란 전망이 담겼다.
이 중 2025년의 추정 당기순이익(167억원)이 공모가 산정에 반영됐다. 미래 실적의 현재가치화와 연 할인율 적용 등을 거쳐 나온 주당 평가가액이 4만4067원이다. 여기에 4.69~28.52% 범위의 할인율이 반영되면서 3만1500원~4만2000원의 희망 공모가 밴드가 도출됐다.
기관 수요 예측을 거치면서 4만2000원으로 확정 공모가가 정해졌다. 시가총액으로는 1800억원선이다. 상장 4년 뒤인 2025년에 매출 313억원, 영업이익 164억원, 순이익 167억원을 거둘 것이란 전제 위에서 도출된 기업가치를 믿고 공모 투자자들이 딥노이드 공모 주식을 사들였다.
결과만 보면 딥노이드는 추정 손익계산서에 담긴 5개년간의 실적 수치를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상장 첫 해의 매출은 예상치의 절반인 9억원 수준이었고 100억원 돌파를 장담했던 2023년 매출은 19억원 수준에 그쳤다.
2024년 매출이 일시적으로 100억원을 넘어서긴 했지만 해당 연도 추정치 (201억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듬해인 2025년도 매출은 75억원으로 추정치(313억원)와 괴리가 더 벌어졌다. 이 시기 순이익이 16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공모가 산정에 반영됐지만 실제로는 순손실이 100억원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다.
[출처= 금감원 전자공시]
상장 당시 제시한 시나리오를 지키지 못한 데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의 등장과 맞물려 시장 상황이 급변한 영향이 컸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특히 당시 주력 사업 아이템으로 꼽았던 딥 파이(DEEP:PHI)의 경우 의료진이 직접 AI 모델을 개발하거나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었는데, 그 직후 챗GPT 같은 범용으로 쓰일 수 있는 생성형 AI가 쏟아져 나오면서 유의미한 타깃 시장이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는 설명이다.
딥 파이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제품군인 딥 스파인(DEEP:SPINE), 딥 덴탈(DEEP:DENTAL), 딥 브레스트(DEEP:BREAST), 딥 리버(DEEP:LIVER) 등이 연달아 추진력을 잃게 됐다. 최근 기준 딥노이드의 의료 AI 부문엔 딥 뉴로(DEEP:NEURO), 딥 체스트(DEEP:CHEST), 딥 렁(DEEP:LUNG) 단 3개의 제품만 남아있다.
회사 측 시나리오와 달리 상장 후 5년 간 유의미한 매출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데다, 대표 제품으로 준비해 온 M4CXR 마저 식약처 품목허가 취득 시기가 늦춰지면서 회사에 대한 시장 신뢰도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M4CXR은 회사 측이 지난해 하반기에 식약처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알렸던 제품이다.
M4CXR이 최근 품목 허가를 받은 만큼, 올해 하반기부턴 본격적인 매출이 확실히 나올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M4CXR을 기반으로 한 CT, MRI 등 파생 제품군과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메드제로(MED ZERO)' 등 추가 사업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다만 주주게시판 등 주요 커뮤니티 분위기를 살펴보면 과거 5년간의 기억을 갖고 있는 주주와 투자자들은 아직 의구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딥노이드 관계자는 “이제 미래지향적 내용이나 기대감으로는 어차피 주주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실적을 하나하나 내면서 충실히 업데이트하는 식으로 시장 소통에 나서려고 한다. 이번 분기부터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