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는다더니 금리 인상 의지 있나"…워시 불신 충격, 이유 '셋'[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07.30 18:0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금융시장이 29일(현지시간)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번째로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요동을 쳤다. 월가에선 워시 의장에 대한 불신이 노출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미국 증시는 이란측 공격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복 가능성 경고와 한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하락하다 오후 들어 반등을 시도했다. 증시는 오후 2시 FOMC의 금리 동결 결정이 알려진 후에도 반등세를 유지했고 오후 2시30분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반등폭을 확대했다.

7월29일 FOMC 당일 S&P500지수의 일중 추이/그래픽=김지영

그러나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던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증시는 다시 아래로 방향을 틀더니 가파르게 내려갔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2.2%, S&P500지수는 1.5%, 나스닥지수는 1.7% 하락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FOMC 결과 발표 당일 낙폭으로 2024년 12월 이후 최대였다.

채권시장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수익률은 하락했지만 30년물 국채수익률은 급등했다. 이는 연준이 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를 쉽게 올리지 않으면서 후에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보여준다.

이날 30년물 국채수익률은 5.21%로 0.12%포인트 급등하며 2007년 이후 1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는 0.5% 하락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될 때 달러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이날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을 인플레이션 우려에 비해 덜 매파적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FOMC 성명서엔 이날 금리 결정에 투표 위원 3명이 반대했다고 나와 있어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충분히 경각심을 가진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이후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금리를 올릴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는 평가다.

이날 시장의 반응에 대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미국 금리 전략팀장인 마크 카바나는 향후 수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시장 지표도 상승했다며 "이는 중앙은행의 신뢰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워시 의장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금리를 올릴 생각이 있는지 시장이 의심하게 된 이유로 그의 3가지 발언을 꼽았다.

첫째, 인플레이션을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발언이었다. 워시 의장은 어떤 물가지표를 가장 중시하느냐는 질문에 연준의 공식적인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자신은 PCE 물가지수보다 더 폭넓은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을 바라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PCE 물가지수 상승폭이 확대돼도 다른 물가지표와 경제 상황을 고려해 재량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워시 의장은 연준 의장 취임 전부터 PCE 물가지수를 비롯한 현재의 물가지표들이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혀 왔고 현재 정책 기준이 되는 물가지표를 재검토하는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TF(태스크포스)를 가동 중이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

둘째, 인플레이션이 쉽게 낮아지지 않을 때 금리 인상이 해결책이냐는 질문에 "충분히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시장은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을 인플레이션의 가장 핵심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셋째, 자신이 처음으로 주재한 지난 6월 FOMC 이후 국채수익률이 많이 올랐다며 시장금리 상승이 긴축 효과를 불러일으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워시 의장은 기자들이 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옮겨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시장금리 상승으로 차입 비용이 높아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호세 토레스는 "워시 의장이 시장에 한참 뒤처져 있다"며 연준이 2022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물가를 잡기 위해 충분히 빠르고 강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인플레이션이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금리를 인상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매크로의 이코노미스트인 닐 두타는 이날 소셜 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나는 신뢰를 쌓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신뢰를 쌓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대신 지켜보고 있고 생각하고 있다며 금리를 동결해 신뢰를 쌓을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가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행동으로 보여주든가 아예 입을 다물어야 했는데 그는 둘 다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30년물 국채수익률이 급등했다"고 밝혔다. 두타는 시타델 증권 등과 함께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에버코어 ISI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팀장인 크리슈나 구하는 자신은 기본적으로 워시 의장이 9월 FOMC에서도 금리 인상을 피해갈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는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결정일 것이라고 했다.

이란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올 여름 내내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되지 못한다면 워시 의장은 그 동안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의 강경한 발언과 관련해 시험대에 오를 것이고 12명의 FOMC 투표 위원 중 최대 6명의 반대표와 채권시장의 압박에 직면해 결국 금리를 올리거나 시장의 신뢰를 잃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 앞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 관전 포인트는 이란전쟁과 관련한 유가 움직임과 인플레이션 추이와 함께 장기 국채수익률 동향이다. 장기 국채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지속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될 것이다.

한편, 30일에는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 워시 의장이 연준의 공식 물가지표라고 인정한 PCE 물가지수 6월 데이터가 발표된다. 지난 6월엔 미국과 이란이 평화협상을 진행하며 유가가 안정세를 보여 PCE 인플레이션도 전월(5월)에 비해 소폭 둔화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시간에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도 나온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다. 장 마감 후에는 애플과 아마존이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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