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피'에 지친 개미들, 피난길 떠났다…"장투에 딱" 1.7조 매수

김지현 기자
2026.08.20 16:59

국내ETF의 7배 해외ETF 매수

개인 투자자의 월별 국내외 ETF 순매수 추이/그래픽=이지혜

'롤러코스피'에 지친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지수 ETF를 피난처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들어 국내 상장 ETF 중 기초자산이 국내인 ETF보다 해외인 ETF를 7배 이상 사들였다. 특히 꾸준하게 차곡차곡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 미국 대표지수 ETF로 몰렸다.

20일 코스콤 CHECK Expert+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상장 ETF 중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ETF를 총 2181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ETF는 1조6745억원어치 사들였다. 순매수대금만 약 7.6배 수준으로 차이가 났다.

개인투자자들이 기초자산이 해외인 ETF를 더 선호하는 흐름은 지난 4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월별 국내외 ETF 순매수 추이를 살펴보면, 해외 ETF를 국내 ETF 대비 더 사들인 달은 지난 4월이 유일했다. 당시 개인은 국내와 해외를 각각 4946억원, 3조1716억원 순매수했다.

해외 ETF 중에서도 주로 S&P500과 나스닥 등 미국 지수 ETF로 몰렸다. 국내 상장 전체 ETF 중 개인 순매수 상위 1위부터 3위까지 'TIGER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 'KODEX 미국S&P500'이 나란히 차지했다. 세 상품의 순매수대금 합계는 8113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ETF 순매수대금(1조8954억)의 43% 수준이다. 세 상품만으로 전체 ETF의 순매수대금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셈이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 상장된 ETF 역시 미국 지수 ETF를 선택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현지시간)까지 해외 상장 ETF에서 순매수결제 상위 3종목은 '프로세어즈 울트라 QQQ(나스닥100 2배 추종)', '인베스코 나스닥 100', '뱅가드 SP 500' 등이 차지했다. 이들 모두 130만달러를 상회하는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동학개미'에서 '서학개미'로 바꾸는 이유로 변동성을 공통으로 꼽는다. 지난 7월 국내 양대 시장에 시장 안정화조치인 서킷 브레이커가 2거래일 연속 발동되는 등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나타나자 개인 투자자들이 비교적 지수 등락이 작은 미국 지수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역시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울리기도 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실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변동성을 크게 겪은 만큼 지수로 접근하는 것보다 모멘텀이나 반도체와 같은 개별 섹터를 중요시하는 흐름"이라며 "미국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지수에 투자했을 때 성과가 좋게 나온다는 레코드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꾸준함을 가지고 투자하는 분들이 미국 지수 ETF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약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비교적 저렴하게 해외 ETF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순매수대금 규모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 후반까지 떨어지는 등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졌다"며 "이같은 시점에서 미국 주식형 ETF를 매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환차익도 고려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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