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턱턱…코인거래소 사들이는 증권사들, 왜그런가 했더니
부제 : 삼성·한투·미래에셋, 올해 가상자산거래소 잇따라 투자·인수 잇따라…토큰증권 이어 스테이블코인 결제까지 '고객·기술·경험 선점 전략'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가상자산거래소에 잇따라 투자한 가운데 코인 시장 진출을 넘어 주식·채권 시장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범위가 가상자산에서 주식·채권의 발행과 거래로 넓어지고 향후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대금을 결제하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이 가상자산거래소가 보유한 고객과 블록체인 기술, 디지털자산 사업 경험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새로운 증권 거래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5월 삼성SDS·삼성카드와 함께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4%를 6128억원에 취득했다. 삼성증권이 2%, 삼성SDS와 삼성카드가 각각 1%다. 삼성증권은 투자 목적으로 '디지털자산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 확보'를 제시했다. 토큰증권 발행·유통과 가상자산 서비스 등에서 두나무와 협력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달 코인원 지분 20%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해 3대 주주에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맞춰 기존 금융서비스와 코인원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그룹은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을 인수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당초 코빗 지분 92.06%를 취득하기로 한 뒤 추가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을 97.15%로 높였다. 키움증권을 비롯한 여러 금융회사들도 빗썸과 투자·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상자산거래소가 주식·채권을 직접 취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토큰증권도 법적으로는 증권이다. 향후 관련 제도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거래소가 증권시장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거래소와 손잡는 데는 이들이 이미 확보한 고객과 기술, 경험이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거래소는 많은 개인투자자가 이용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디지털자산을 거래·보관하는 기술과 경험을 쌓아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거래소는 이미 충분한 투자자 접점을 가진 대형 플랫폼이고 디지털자산 관리·수탁에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위원은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자본시장 상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권사들이 향후 시장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사업 기반과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블록체인의 쓰임새가 넓어지는 변화가 있다. 지금까지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떠올리게 하는 기술이었지만 주식·채권 등 기존 증권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토큰증권이다. 주식·채권 같은 증권과 그 소유관계를 블록체인 기반 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토큰증권을 새로운 종류의 금융상품이 아니라 기존 증권을 새로운 방식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조각투자 중심인 토큰화를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토큰증권 거래대금의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증권의 발행부터 거래·청산·결제까지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시장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도 기존 증권시장과 가상자산 사업자의 결합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은 지난 10일 가상자산거래소 크라켄의 모회사 페이워드에 1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토큰화 주식과 24시간 거래를 위한 시장 기반 구축 등에 협력한다. 런던증권거래소(LSE)도 지난 1일 페이워드와 손잡고 토큰화 주식시장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가 향후 주식·채권을 직접 거래하는 곳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블록체인이 코인 거래에 머물지 않고 주식·채권의 발행과 거래, 결제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가상자산거래소가 쌓은 기술과 사업 경험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