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조 창업' 돕는다던 메이커스페이스 4년새 80% 사라졌다

단독 '제조 창업' 돕는다던 메이커스페이스 4년새 80% 사라졌다

최우영 기자, 이승주 기자
2026.09.17 05: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8년간 2394억 투입…'메이커 문화' 확산 정책기조 퇴색

2018~2026년도 메이커스페이스 사업 예산현황/그래픽=윤선정
2018~2026년도 메이커스페이스 사업 예산현황/그래픽=윤선정

정부가 제조업 창업의 문턱을 낮추겠다며 전국에 조성한 창업 인프라 '메이커스페이스'가 4년 간 약 80% 줄어드는 등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비전문가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던 일반랩의 규모와 예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누구나 메이커로서 창업할 수 있도록 돕겠다'던 기존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1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5곳으로 시작한 메이커스페이스는 2022년 227곳까지 늘었다가 올해는 47곳만 운영되고 있다. 4년 만에 180곳(79.3%)이 사라진 셈이다.

메이커스페이스는 3D프린터와 레이저커터 등 제작 장비를 갖춰놓고 창업자나 일반인이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게 한 공간이다. 2018년 시작된 이 사업은 일반인의 창작과 교육을 담당하는 '일반랩', 시제품 제작·창업 연계에 특화한 '전문랩'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편성된 예산은 2394억원에 달한다.

메이커스페이스 시행 초기에는 정책 기조에 맞춰 전문랩보다 일반랩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 전문랩은 주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공공부문, 제조업에 강점을 지닌 민간기업 등이 운영한다. 이에 비해 일반랩은 고등학교와 지역 생활협동조합 등이 선정되는 등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었다.

2018년에는 일반랩 128억원, 전문랩 95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이 같은 기조는 2019년(일반랩 158억원, 전문랩 90억원)과 2020년(일반랩 185억원, 전문랩 104억원)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2021년 전문랩 예산(171억원)이 일반랩(137억원)을 역전한 뒤 점점 격차가 벌어져 올해는 일반랩(8억원) 예산이 전문랩(44억원)과 2023년부터 도입된 제조전문형 협업랩(85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현재 운영 중인 47곳의 메이커스페이스 중 일반랩은 9곳이다. 이들 역시 고려대 세종산학협력단, 부산테크노파크 등으로 일반인 누구나 시제품 제작에 참여하는 정책 추진 초기의 '일반랩'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일반랩의 축소는 다수의 예비창업자가 시제품 제작 이후 양산 단계까지 가는 데 어려움을 겪은 탓으로 풀이된다. 중기부는 지난 1월 '제조전문형 메이커스페이스' 운영 방안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많은 스타트업이 시제품 이후 양산 설계, 제품 인증 등 생산 전환 단계에서 벽에 막히게 되는 구조적 한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기부는 사업 축소가 아닌 방향 전환이라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업 기조 자체가 어느 정도 민간 영역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며 "초기에 목표로 삼았던 '포괄적인 장비 보급' 자체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고 앞으로는 첨단 제조창업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장비 보급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쓰이던 장비 중 총 700대가 유휴장비로 분류된 상태다. 신규 장비 구축은 2023년부터 지원하지 않고 있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메이커스페이스가 단순한 장비 보급을 넘어 실제 제조창업과 양산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정책 전환 과정에서 그동안 구축한 시설과 장비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일반인과 예비창업자가 제조창업에 처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유지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고, 시제품 제작부터 제품화·양산까지 단계별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 운영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이승주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이승주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