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프리미엄' 가려면…"규제 일관성·인프라 효율성 높여야"

김나경 기자
2026.09.29 14:01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한국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과제
거래소-예탁원 '중복 담보 문제' 해결 촉구 목소리
'매수' 중심의 증권리포트 변화 필요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아 프리미엄 위크(Korea Premium Weeks) 2026' 개막식 /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한국 증시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가려면 일관된 규제와 튼튼한 시장 인프라,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주식 결제주기를 현행 T(거래일)+2일에서 T+1일로 단축하는 데 대해서는 해외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29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Korea Premium Weeks) 2026' 둘째 날 첫 번째 세션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국 증시 선진화를 위한 핵심 과제를 논의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사이먼 윌리엄스 디렉터는 패널토론에서 "당국의 개혁 의지가 실제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하고 유용한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국 시장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규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의 규제 일관성이 담보돼야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믿고 투자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윌리엄스 디렉터는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 투자자 신뢰를 형성한다"며 "시장 건전성을 위한 정책 집행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책 취지에 맞게 비례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이 증권업계, 투자자 등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윌리엄스 디렉터는 "지난 1년6개월간 당국이 투자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했는데, 이러한 소통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당국이 여러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통해 적시에 문제를 해결하면 개혁 속도를 높이고 시장 운영의 안정성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인프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피터 스타인 ASIFMA(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 대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정책이 실무적으로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스타인 대표는 "늘어나는 거래량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한국의 기존 시장 인프라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이 더 들어왔을 때 누수 없이 모든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시장 인프라 점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스타인 대표는 구체적으로 거래량 급증에 따른 담보 설정 증가를 언급했다. 그는 "거래량 급증으로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에 이전보다 훨씬 많은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 예상치 못한 결제 문제가 있었고, 중복 담보 요구도 발생했다"며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시장 기능과 투자자 거래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불법 공매도 적발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 오류도 인프라 점검이 필요한 이유로 거론됐다. 스타인 대표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기 위한 새 시스템이 도입됐는데 시스템 오류로 정상 거래가 '규제 위반'으로 탐지되는 기술적 오류가 있었다"며 "기관투자자 등록성증명 도입과 기존 투자등록증 제도 병행에 따른 복잡함도 있다"고 언급했다.

T+1 결제주기 단축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스타인 대표는 "T+1로의 단축은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다만 기존 인프라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T+1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윌리엄스 디렉터도 "결제주기 단축은 자본시장 개혁 과제를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T+1 도입 과정에서 불필요한 절차를 개선하고 중복 요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밸류업 정책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에서 유의미한 지배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요즘 패시브 ETF(상장지수펀드)로만 돈이 많이 들어가 진지하게 의결권을 행사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구조적 핸디캡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상법 개정을 계기로 주주 행동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서 더 유의미한 변화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오너들이 상속세 부담이 있다 보니 배당 재원으로 활용해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주주 행동과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가 나타나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정보·분석이 활발해져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기업에 대한 정보 생산이 더 활발해지고 품질도 향상돼야 한다"며 "코스닥에서 2025년 기업 분석 보고서가 발간된 기업은 전체의 40%도 안 된다"고 짚었다. 기관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려면 기업 정보가 더 활발히 생산되고 공유돼야 한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매수'에 치우쳐 있는 점도 개선 과제로 언급됐다. 김 실장은 "애널리스트들이 내는 양질의 리포트가 많은데 아무래도 '매수' 쪽에 집중돼 있다 보니 기대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더 보장하고 유인 구조를 다르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결권 행사 등 투자자의 스튜어드십 강화가 한국 시장 매력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영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올해 하반기 시행되는 스튜어드십 이행 점검 항목에 기업가치 제고 활동이 포함돼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촉진될 것"이라며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과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해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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