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이 기사는 10월30일(08:3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40년을 놓고 그려보면 지난 10년은 프롤로그였다. 생존을 고민하던 회사가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 앞으로의 30년이 본격적인 시작이다. 어묵으로 조단위 매출을 내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다."
삼진식품은 1953년 부산 영도에서 출발한 어묵 제조기업이다. 창업주의 손자인 박용준 대표(사진)가 2011년 경영에 합류한 이후 어묵 베이커리 매장과 간식형 제품을 앞세워 사업 영역을 넓혔고 지난해 1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095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삼진식품은 다음 성장 단계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억원을 발행해 신공장 투자 재원을 확보했고 중국과 미국에서는 매장과 유통망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국내 주력 생산기지인 부산 장림공장이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인 만큼 신규 생산거점 확보가 다음 과제로 꼽힌다.
19일 부산역 인근 씨푸드 버거 매장 '비킹후스'에서 더벨과 만난 박용준 삼진식품 대표는 "2018년부터 5년은 외형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 시기"라며 "그 시간을 거치면서 지금의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실 다지기의 중심에는 관리 체계 정비가 자리한다. 박 대표는 사내 업무 표준을 '삼진 OS'로 체계화하고 인공지능(AI)을 접목해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원료는 전 세계 산지를 직접 점검하고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여 원가와 품질측면에서 매입시기와 물량을 선정하고 있다.
상장을 결심한 계기는 해외 사업이다. 공들여 준비한 해외 매장들이 현지에서 반응을 얻기 시작할 무렵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상당수 매장을 정리해야 했다. 박 대표는 이 경험을 거치며 회사의 체력을 키울 수단으로 자본시장을 선택했다.
상장 흥행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은 3224.76대 1로 2025년 기업공개(IPO) 기업 가운데 가장 높았고 청약 증거금으로 6조1270억원이 몰렸다. 덕분에 삼진식품은 150억원 규모의 공모자금을 확보하며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9월에는 100억원 규모의 BW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다. 행사가액은 기준주가 대비 약 40% 할증된 수준으로 책정했고 주가 하락에 따라 행사가액을 낮추는 조정(리픽싱) 조항은 두지 않았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가 전량 인수했다.
박 대표는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에 발행을 결정한 것"이라며 "리픽싱이 아예 없는 40% 할증은 보기 드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BW로 조달한 100억원은 전액 신공장 조성에 투입된다. 늘어나는 수출 물량에 대응하고 수산단백질 기반 신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삼진식품은 1차 투자가 마무리되면 생산능력이 장림공장 대비 약 40%, 추가 투자까지 완료되면 약 8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지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후보지 한 곳을 두고 견적까지 받았으나 재무 부담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고사했다. 이후 기존 공장 인수와 신축, 해외 생산기지로 선택지를 넓혔다.
해외 생산을 검토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는 디지털 전환(DX)을 꼽았다. DX를 통해 관리 체계가 정비되면서 해외 공장도 본사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는 설명이다. 신공장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수출 특화 제품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애플 역시 해외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하면서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이라며 "DX를 통해 해외 공장 관리가 가능해진 지금이 글로벌 생산에 나설 적기"라고 부연했다.
최종 투자 결정은 내년 중 내릴 계획이다. 가격과 부지 규모, 식품 생산 적합성, 물류, 용수 처리, 인력 수급 여건 등이 모두 검토 대상이다.
박 대표가 구상하는 사업 구조는 어묵 시장을 세분화하고 시장별로 원료 조달과 생산, 판매 체계를 따로 갖추는 것이다. 국내 가성비 식자재부터 미식, 간식, 웰니스, 수출 전용 제품까지 시장마다 맞춤형 접근을 계획하고 있다. 내후년 창립 75주년을 앞두고 30년 단위의 장기 계획도 세워 뒀다.
박 대표는 "시장별 체계가 자리 잡으면 언젠가는 어묵 하나로도 조단위 이상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바탕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