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전망공시 20년새 급감…"그래도 주가 움직이는 정보"

김지현 기자
2026.10.30 15:47

자본연, '2026 KCMI 이슈브리핑' 개최… '전망공시의 현황과 특성 및 정보가치' 다뤄

이하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2026 KCMI 이슈브리핑'에서 '전망공시의 현황과 특성 및 정보가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지현 기자.

국내 상장사의 전망공시가 20년 가까이 줄었지만 주가를 움직이는 정보로서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망치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 주가가 오르고 밑돌면 내리는 등 투자자들이 전망공시에 뚜렷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하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2026 KCMI 이슈브리핑'에서 '전망공시의 현황과 특성 및 정보가치'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기업들이 미래 실적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려면 면책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망공시는 경영진이 기업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한 미래 성과를 투자자에게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이미 실현된 과거 실적을 전달하는 정기 재무공시와 달리 앞으로의 사업계획이나 매출액, 영업이익 등을 알려준다. 해외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가이던스'가 전망공시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이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과거 실적보다 미래 실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 엔비디아의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를 들었다. 당시 엔비디아는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분기 매출액은 1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예상치를 53.8% 웃도는 수치다. 매출액이 줄었는데도 주가는 24% 급등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실적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미래의 사업 환경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며 "전망공시는 시장의 기존 기대를 조정하며 불확실성을 완화해 준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상장기업의 전망공시 활용은 장기간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이 2002~2025년 전망공시 5796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전망공시 기업 비율은 유가증권시장 약 7%, 코스닥시장 약 1%에 그쳤다. 각각 2008년 21%, 2006년 20%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전망공시의 양뿐 아니라 질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체 전망치의 98%는 미래 실적을 하나의 수치로 제시하는 '점 추정' 방식이었다.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해 일정한 범위로 제시하는 '구간 추정' 방식은 2%에 불과했다. 미국에서는 매출액 전망의 74%, EPS(주당순이익) 전망의 85%가 구간 추정 방식으로 제공된다.

그럼에도 전망공시의 정보가치는 유효하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전망공시 발표 전날부터 다음 날까지의 주가 일평균 등락률은 전망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 0.799% 상승, 밑돌면 0.429% 하락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이 전망 내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해 전망공시 내용이 투자자 판단에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전망공시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로는 면책제도의 적용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을 꼽았다. 기업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전망을 작성했다면 실제 실적과 차이가 나더라도 면책받을 수 있는 기준을 미리 가늠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또 경영환경 변화로 전망을 정정하는 공시는 정상적인 정보 갱신 과정으로 정착시키고 구간 추정 방식 활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의 자발적인 미래정보 제공을 유도하고, 정보의 질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기업 역시 전망공시의 지속성·비교가능성·신뢰성을 높여 투자자가 기업의 미래성과와 불확실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공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