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만의 독특한 UX 추구… 편리함과 적당한 어려움 조화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5.02.12 06:04

[UX 드림팀] (4) 엔씨소프트

[편집자주] 왠만한 제품 성능에는 소비자들이 눈도 꿈쩍하지 않는 시대에 UX가 사용자를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업의 가장 큰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기업들에게 UX는 쉽지 않은 도전과제이다. 오늘도 밤을 새며 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려는 LG전자, 다음카카오, SK플래닛, 엔씨소프트, 삼성전자의 UX 드림팀을 만났다.
김현호 엔씨소프트 경험분석실 PD

“게임산업의 UX팀 업무는 다른 산업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김현호 엔씨소프트 경험분석실 PD는 게임산업과 다른 산업 사이의 특성 차이가 사용자 경험(UX)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둘 사이의 중요한 차이 중 하나는 게임이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은 게임산업과 달리 편리함, 통합된 경험, 감성 등을 중요한 가치로 고려한다. 추구하는 가치의 차이는 UX에서도 나타난다. 게임 UX는 재미를 위해 사용자들이 적당한 어려움을 경험하도록 한다. 다른 산업의 UX가 사용자들이 제품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반대된다. 성취감 때문이다. 게임 사용자는 학습과 성장을 통해 게임 속 난관을 해결하며 성취감을 느낀다. 게임에서 얻는 성취감이 커지면 사용자가 게임에서 얻는 재미도 커진다.

그래서 게임에서는 사용자가 적당한 노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들이 꾸준히 주어진다. 게임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려면 게임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인 시작단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이탈하는 사용자도 많다. 박성종 엔씨소프트 경험분석실 UX디자인팀장은 “게임을 배우는 초기 단계에서 사용자들이 게임에 몰입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주력 게임인 ‘리니지’, ‘아이온’ 등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콘텐츠가 방대하고 학습할 내용이 많아 게임 초기에 사용자가 피로나 어려움을 느끼기 쉽다. 엔씨소프트의 UX팀은 게임을 쉽게 배우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엔씨소프트 UX팀은 아이트래커를 이용해 블레이드 & 소울 게임에서 프로게이머와 일반 사용자의 시선을 확인하고 개선사항을 찾아냈다. 연구 결과, 프로선수(왼쪽)는 상대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중앙전투영역에 집중하지만, 일반인(오른쪽)은 사용할 스킬영역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체 연구장비 이용해 게임 UX 개선

게임 UX 개선을 위해서는 게임 사용자들이 언제 무엇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재미는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특히 UX 연구는 제품을 쓰는 동안 사용자의 반응을 살피거나 사용 후 개별 인터뷰나 집단 면담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지만 게임에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다.

게임을 하는 동안 사용자들의 표정이나 몸짓에 변화가 거의 없고 게임의 여러 요소에서 종합적으로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 재미를 주는 특정 부분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UX 연구는 게임에서 사용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자의 시선이나 손동작을 확인할 수 있는 아이트래커나 핑거트래커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사용자들이 게임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게임을 평가할 때와 게임을 하는 동안 무의식적인 반응이 다른 경우가 있어 생체 연구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현호 PD는 “게임 내에 구성 요소들의 배치에 대해 좋게 평가한 경우에도 실제 게임을 해보면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부분은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게임을 그만두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UX팀은 ‘블레이드 & 소울’ 비무제(다른 사람과 대결을 벌이는 이벤트)에서 아이트래커를 이용해 프로게이머와 일반 사용자의 시선을 확인하고 UX 개선사항을 찾아내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프로게이머의 경우 전장, 자신과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전장과 인터페이스로 시선이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프로게이머의 승률이 높은 이유가 전장과 캐릭터에 시선을 집중해 상황 변화를 더 빨리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박 팀장은 “이런 연구 결과들이 UX 개선방향 결정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게임방처럼 구성된 유저테스트룸은 한쪽 면에 설치된 일방투명경을 통해 개발자가 사용자들을 관찰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br>

전통적으로 UX가 중요한 게임산업

게임산업에서는 UX 개념이 강조되기 이전부터 사용자를 중심으로 게임을 제작했다. 특히 사용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면서 대규모 베타테스트는 당연한 일이 됐다. 게임산업에서 UX는 원래 하던 일을 새로운 용어로 부르는 것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별도의 UX팀을 운영하는 게임회사는 거의 없다. 그만큼 엔씨소프트 UX팀은 게임 업계에서 특별하다. 김 PD는 “엔씨소프트의 UX팀은 사용자 가치를 더 중시하고 체계적으로 UX를 만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3년에 처음 경험분석실이 설립된 후 1년 만에 현재의 4개 팀 체계로 개편됐다. 업무 영역이 확장된 결과였다. UX팀은 기본적으로 각 부서의 UX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 리서치 데이터를 제공한다. 아이트래커를 이용한 사용자 시선 분석도 리서치 데이터를 수집·제공하기 위한 일이었다. UX팀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대규모 테스트룸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MMORPG의 경우 여러 사용자가 함께 이용해야 하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대규모 테스트가 필수적이다.

과거 아이온의 경우 100명이 동시에 테스트에 참가한 경우도 있었다. 또 UX팀은 게임별로 기획, 디자인, 개발 각 단계마다 내용을 검토하고 개선점을 알려주는 일을 반복한다. 박 팀장은 “제조업에서의 일했던 경험과 비교하면 게임 개발자들이 UX팀의 의견에 더 호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을 자신의 작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UX팀의 조언을 좀 더 귀담아 듣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 중 하나는 UX팀의 조언에 따라 기본적인 내용부터 새롭게 기획을 시작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 PD는 “게임산업 내에서 UX가 강조되는 것과 달리 외부에서의 평가는 낮은 편”이라고 아쉬워했다. 특히 다른 산업의 경우 플랫폼이나 기술의 제약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지만, 게임은 가상의 세계를 새롭게 만드는 만큼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발휘해 UX팀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게임 UX에 대한 인식이 낮아 인재가 충분히 유입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엔씨소프트의 UX팀은 게임 UX 개선을 위한 매뉴얼 제작도 진행하고 있다. 기존 게임 개발과정에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정리한 이 매뉴얼은 향후 게임 개발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PD는 또 “UX팀은 새로운 디스플레이와 컨트롤러 같은 차세대 게임 UX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며 UX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강호 기자

[UX 드림팀] (1)LG전자

[UX 드림팀] (2)다음카카오

[UX 드림팀] (3)SK플래닛

[UX 드림팀] (4)엔씨소프트

[UX 드림팀] (5)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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