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말 한국 IT(정보기술) 벤처 창업의 성지였던 강남 테헤란로(路)가 모바일 시대 스타트업 메카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1세대 벤처기업들이 판교 등으로 이전한 빈자리에 ‘D. 캠프’와 ‘마루180’ 등 스타트업 지원 허브와 수 십 개의 스타트업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 이들 허브를 졸업한 스타트업들이 인근에 사무실을 구하고 후배 스타트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등 스타트업의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창업 메카로 재 주목 받는 ‘테헤란로’
‘테헤란밸리’. 1990년 말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뜻으로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일컬었던 말이다. 1994년 넥슨이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문을 연 이후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1997년 엔씨소프트, 1999년 네이버와 한게임 등 IT기업들이 속속 강남 일대에 창업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1세대 벤처들이 하나둘씩 테헤란로를 뜨기 시작하면서 그 명성을 잃어갔다. 네이버가 2005년 경기도 분당으로 사옥을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서울 한남동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2008년 삼성동에 첫 사옥을 장만했던 엔씨소프트는 2013년 말에, 역삼동 일대 빌딩에 세 들어 살던 넥슨은 작년 초에 판교 테크노밸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 모두 테헤란로을 떠났던 것.
‘테헤란로’가 다시 창업성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3년 스트타업 허브 창업 허브가 들어서면서 부터다. 2013년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스타트업 창업 허브 D.CAMP가 문을 연 뒤 이듬해에는 아산나눔재단이 역삼동에 마루180을 개소했다.
◇4월 네이버-구글 창업캠퍼스 개소
D캠프와 마루180에는 스타트업의 업무공간뿐 아니라,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공동 사무공간을 지원해주고 있다. 스타트업 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투자사들도 입주해 있다. 마루180에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의 한국 사무실이, 마루180에는 텐센트의 벤처캐피탈 캡스톤파트너스와 류중희 대표가 설립한 엔젤투자사 퓨처플레이가 각각 입주해 있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한자리에 초청한 이벤트도 수시로 개최된다.
네이버와 구글의 창업캠퍼스도 오는 4월 잇따라 문을 연다. 네이버는 서울 강남 메리츠 타워에 ‘D2 스타트업 팩토리’를, 구글은 서울 대치동에 ‘구글 캠퍼스 서울’을 개소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스타트업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고, 스타트업의 사업화를 위한 광고 및 네트워크 기반도 탄탄하다는 점에서 D2 스타트업 팩토리 입주 기업은 입주 외에도 누릴 수 있는 부가적인 혜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캠퍼스는 구글의 세계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출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구글캠퍼스는 공식 출범 이전부터 세계적인 IC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의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유치하는 등 한국 스타트업의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도 스타트업 창업 허브인 하이테크 창업캠퍼스를 설립, 오는 2017년까지 엔젤투자사 10곳과 160개의 창업팀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과거 테헤란로는 쟁쟁한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다는 이유로 한국형 실리콘밸리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최근의 테헤란로의 모습은 스타트업과 투자자의 네트워크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실리콘밸리에 한 걸음 다가간 셈”이라며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스타트업 열풍이 과거 벤처 열풍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