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트업 창업 진흥, '패자부활' 지원할 때

홍재의 기자
2015.04.06 05:59

“실패는 절대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실패해 본 사람의 경험을 더 높이 사지만 한국 문화는 다른 것 같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대화를 나눈 찰스 리프킨 미국 경제담당 차관보의 쓴소리다.

이 자리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초기 투자금보다는 3년 이상 된 회사에 투자금이 더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초기기업 외에는 투자금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이었다. 미국에서는 어떤 지원이 있느냐고 물었다. 찰스 리프킨 차관보는 미국에서 공적인 지원은 없다면서도 “ 정부가 나서기 보다는 민간 영역에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벤처투자사(VC)의 투자 행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유명 VC일 수록 학연과 같은 ‘끈’이 없다면 그들의 리그에 속하기 어렵다는 한탄이다. ‘끈’ 있는 창업자는 실패해도 다양한 추가 투자 기회와 재활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창업자는 어떻게든 초기 받았던 엔젤투자금 내에서 살아남거나 빚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VC 관계자들도 굳이 부인하지는 않는다.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되는 만큼, 업계 내 풍부한 경력이 보장되거나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 사이 옐로모바일, 500V와 같은 스타트업 연합군 형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처럼 이미 유명세를 탄 스타트업 연합군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스타트업을 연합하려는 시도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벤처투자 환경에 따른 자생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스타트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겠지만, 자칫 자금투입이 시급한 회사의 경영권이나 기술만 빼앗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다양한 곳에서 스타트업 연합을 하자고 접근 한다”며 “자금난이 있어 연합에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창업 3~5년차. 무너질 기업은 무너지고 살아남을 기업은 살아남을 때다. 단, 무너져야할 기업이 ‘끈’으로 인해 살아남고, 경쟁력 있는 회사가 추가 투자금 유치 실패로 무너진다면 산업 생태계도 무너질 것이다. 자칫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검증되지 않은 연합군에 몸을 맡기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창업자의 실패 경험이 존중받고 재기에 도전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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