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이냐 자율이냐… 규제 논란 '확산'

서진욱 기자
2015.04.12 16:01

정치권 법적 규제 움직임에 게임업계 "강화된 자율규제 마련", 실효성엔 '물음표'

국내 게임사들의 주요 수입원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게임사들의 협의체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강화된 자율규제를 내놓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엔 물음표가 찍힌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의 법적 규제 움직임이 시발점이 됐다. 앞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9일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비율, 획득확률 등을 '게임물내용정보'에 넣어 공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들이 일정 확률로 투입한 가치 이상의 아이템 또는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캡슐, 상자, 카드 등 형태로 팔린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특정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 제한적인 정보만을 제공해 이용자들의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정우택 의원의 법안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공개를 법적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의 대응책은 '자율규제'다. 일본처럼 게임사 스스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취임한 강신철 K-iDEA 회장은 "적극적으로 회원사들과 만나면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K-iDEA는 지난해 11월 '전체이용가'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 범위를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구매 가격과 유사한 수준의 아이템이 나오도록 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공개대상이 매우 제한적이고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게임 중 전체이용가 등급은 극소수다. 가이드라인 도입 시점은 발표 이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강신철 신임 K-iDEA 회장은 가이드라인보다 강화된 자율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료=K-iDEA.

K-iDEA는 상반기 중 강화된 자율규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2008·2011년 사례처럼 게임사들의 비협조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은 부분유료화 모델을 택한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의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게임사들은 관련 정보공개를 꺼릴 수밖에 없다. 특정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지나치게 낮으면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외면할 수 있고, 확률을 높일 경우 확률형 아이템 구매횟수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게임사들이 자율규제에 동의할 순 있겠지만, 업계 전체의 공통된 행동을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더라도 선언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은 어떤 방식으로든 규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셧다운제, 4대 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등 다른 규제와 달리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해선 환영하고 나섰다.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아이템을 구매하는 만큼, 아이템과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우 게임평론가는 지난 9일 국회 토론회에서 "이용자들이 다른 규제는 모두 반대하는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선 규제에 찬성하고 있다"며 "국내 게임사들이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않고, 단기 수익에만 집중한 경향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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