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스템에 운전을 맡기는 자율주행차도 운전자 맞춤형 상품이 나올까. 빨간불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는 속도는 운전자마다 다르다. 운전자마다 선호하는 주차공간이 있고, 차선도 있다. 운전자의 본래 습관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는 '맞춤형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KT가 통신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첫 단계가 최근 시범사업을 시작한 'UBI(운전습관연계보험)'다.
UBI는 IoT(사물인터넷) 기반 차량정보 수집장치(OBD)를 차량에 장착, 수집한 각종 운행 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운전 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유형별 사고율 등을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하게 된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UBI가 이미 활성화돼 있다. 안전 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깎고, 운전이 험한 사람에게는 보험요율을 가중할 수도 있다.
UBI 사업을 추진하는 최강림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IoT사업전략팀장은 "OBD를 장착하면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요율을 차등적용하는 방식으로, 안전 운전을 유인해 하나의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다.
KT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논의 끝에 보험개발원과 지난 2월 말까지 한국형UBI 출시 밑그림을 그렸다. 자사 보유차량 절반(약 3500대)을 기준으로 7개월 가량 기초 조사를 진행한 것.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흥국화재와 체험단(1만명) 모집도 시작했다.
최강림 팀장은 UBI 사업의 장기적인 전략에는 OBD 등 차량용 IoT 기기가 수집하는 데이터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IoT 기기가 확산되면서 쌓이는 방대한 차량, 도로 데이터가 KT의 '지능형교통관제' 사업에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다. 맞춤형 자율주행차도 이를 기반으로 탄생할 수 있다. 지능형 교통관제 사업은 황창규 KT회장이 집중하는 미래전략 사업 중 하나다.
그는 "예를 들면 일정 위치에 오랜 시간 멈춰있으면 주차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시간에 맞게 실시간 저장된 결제정보로 바로 정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톨게이트 등 차량·도로 결제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
조세 제도와도 연결시킬 수 있다. 미국 오레건주는 자동차 연료가 아닌 실제 주행거리를 기반으로 징수하는 시범사업을 했고, 본사업에 곧 들어간다. 이 또한 각 차량의 주행거리를 실시간 측정하는 통신 모듈 탑재 OBD를 기반으로 한다.
정보보호 문제와 관련 최 팀장은 "특정 차량, 특정 위치 등 정보가 아니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진 경우만 비식별 정보로 남겨둔다"면서 "정보보호는 중요한 부분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자신의 정보를 주면서도 받고 싶은 서비스가 된다면,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제 UBI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미국 등 사례를 보면 지난해 정보보호 관련 소비자 불만 접수가 전년대비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정보보호 중요한 문제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전을 위한 서비스를 위해 일정 부분 자신의 개인 정보를 공유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