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기자간담회
한림원, 울프·래스커상 등 국제과학상 韓 수상 '집중 공략'
역대 노벨상 수상자 회원 7人 한국 영입도

"세계 '톱 텐'(TOP10) 과학상에서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26일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서울 용산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연구자가 국제과학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한림원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과학기술 석학단체다. 신뢰도 높은 과학기술 자문을 세계적 석학이 사회에 제공한다는 목표로 전 세계 약 100개국에서 운영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한국의 과학기술 분야를 대표한다.
정 원장은 "노벨과학상으로 가기 위한 여러 '길목상'이 있는데, 한국 연구자가 국제적으로 인정 받으려면 길목상부터 수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이 말하는 '길목상'은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울프상·래스커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10여개의 과학상이다. 이 과학상을 수상한 연구자는 노벨과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은 미국 프랭클린연구소가 수여하는 상으로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화학·지구과학·기계공학 등 넓은 범위에 걸쳐 시상하며 실용적인 성과를 강조한다. 메달 수상자 중 128명이 이후 노벨과학상을 받았다. 물리·화학·수학 분야 최고 권위 상인 '울프상'과 의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 상인 '래스커상'도 유사하다. 울프상 수상자 중 120명, 래스커상 수상자 중 101명이 향후 노벨과학상까지 받았다. 이외에도 영국 왕립학회가 수여하는 '코플리 메달', '과학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등이 있다.
정 원장은 "부끄럽지만, 국내 과학자 중 10대 과학상을 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2023년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을 받은 재미 과학자 김필립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 2025년 브레이크스루상을 받은 문동호 전남대 교수 등이 국제과학상 명단에 오른 몇 없는 한국인이다.
정 원장은 "노벨과학상으로 가는 성장의 파이프라인으로서 길목상을 주목할 때"라며 "한림원은 한국 과학자의 연구 성과가 (길목상을 결정하는) 학계에 잘 알려질 수 있도록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학자들을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기 내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림원은 2월 스스무 기타가와 일본 교토대 교수(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브라이언 코빌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201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한국 한림원 외국인 회원으로 영입했다. 이달에는 안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교수(202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201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메이브리트 모세르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교수(2014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박사 등 역대 여성 노벨상 수상자 4명이 한림원 회원으로 합류했다.
정 원장은 "이들이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평균 약 22년, 최대 33년이 걸렸다"며 "인내심 있는 장기 투자와 흔들리지 않는 연구 환경이 과학상 수상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영입을 통해 국내 과학기술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또 여성 노벨상 수상자 영입에 대해 "세계 정상에 선 여성 과학자라는 롤모델을 국내 연구 생태계에 보여주고자 했다"며 "선의의 경쟁으로 함께 수월성을 추구하는 다극형 생태계가 한국 과학이 지향할 미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