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경제연구소 자료(8월25일)에 따르면 2010년부터 비현금거래가 매년 7%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2013년 기준 전세계 비현금거래 비중 상위 10위 수준을 보면, 1위 벨기에 93%에서 10위 한국 70%로 나타난다. 핀테크혁명이 본격화된 지금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러가 ‘안전과 생명’을 자극하여 ‘캐시리스(cashless) 사회’를 재촉하는 가운데 핀테크 혁명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편리와 효율’에 대한 일반 대중의 무제한적 욕구는 ICT 의 기하급수적 발전을 초래하여 현금이 없는 사회로의 진입을 채찍질 하고 있다.
1950년대 시작된 신용카드는 단순한 결제 편의 수단에 불과했으나 1990년대 온라인 쇼핑이 출현하면서 상거래용 현금수요는 축소 일로에 놓여 있다. 여기에 2010년대 불어 닥친 스마트폰 혁명은 핀테크 혁명이 가세함으로써 상거래용 현금의 필요성을 소멸시킨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변화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정치권과 연구소에서 '캐시리스(cashless) 사회'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현금이 없는 사회로 가는 길은 외통수이고 그 앞에 놓인 기술적, 의식적, 문화적 장애도 거의 없어 보인다. 각 나라의 진입 속도 문제만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순순히 맞이하기에는 왠지 불안하다.
전자 거래 시스템의 오류나 다운, 해커에 의한 사이버 범죄, 개인정보 인식 시스템의 파괴 등과 같은 기술적 문제점을 비롯하여 전자거래시스템에 접근이 어려운 계층과 집단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 등 난제가 많다.
더욱이 실물화폐가 없는 화폐금융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실물화폐가 없는 상태에서 경제주체들의 투자와 소비, 금융활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각 국가 간에 벌어질 환율과 관련한 화폐전쟁이나 달러중심의 세계경제체제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안전장치는 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캐시리스 사회’가 초래할 그 어떤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불안감을 주는 것은 바로 ‘감시 사회’로의 진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편리함을 위하여 포기하는 프라이버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현금이 없어진다고 이렇게 까지 걱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할 수 있다. 지금도 비현금거래 비중이 90%를 넘는 나라가 많을 뿐 아니라, 현재도 부다페스트협약(2001년 발효된 사이버범죄 단속을 위한 국제조약으로 50여개 국가 가입)으로 테러모의나 자금세탁 등 사이버범죄행위에는 감청 등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특별한 문제가 없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모든 금융 활동이 기록되고, 합법이든 불법이든 열람 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끔찍하다.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인 ‘자유’와 관련되는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은 행동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며, 표출되는 행동에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비용이 수반되는 경제 활동으로 연결된다. 당연히 전자화폐의 입출과 관련한 금액·시간·위치·횟수·상대방 등의 정보가 기록되며 이는 빅데이터 분석기술과 연결돼 개인의 경제활동분석은 물론 나아가 개인의 생각과 의식 패턴까지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선 만큼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계속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ICT의 마법에 취해서 문제와 폐해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인식하더라도 과소평가하고 해결 노력을 게을리하는 무기력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제도와 법률로 해결하기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속도가 너무나 빠르다고 자포자기하기에는 이르다. ICT가 가속화 시키고 있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이 불가피하다면 그 부작용은 ICT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 중에 금융 활동의 프라이버시보호나 감시사회로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법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 기술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있다.
비트코인이 채택하고 있는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을 이용하면 현재와 같은 은행의 중앙전산 서버가 없이도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에 대한 보안성과 무결성을 갖추게 되어 정부나 은행 등으로부터 임의의 감시가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사례처럼, ‘캐시리스 사회’가 빚어내는 폐해를 극복하고 동시에 편리와 효율도 누릴 수 있는 ICT 인프라는 충분하다. 걱정되는 것은 ICT의 효용에 마비되어 ICT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사회적 의지의 약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