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정도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임에 끌려다니면서 자기 할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죠."
3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제11회 u클린 초중고 글짓기 포스터 공모전' 시상식에서 초등부 글짓기 부문 대상을 차지한 박경휘군(파주청석초6)은 "인터넷을 계획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군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끝까지 노력해서 이렇게 큰 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군은 '배보다 배꼽이 커서야 되겠니?'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이용의 양면성을 풀어내 대상을 받았다.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주제다.
박군은 "재미로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주변에서 나쁘게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인터넷 이용 방안으로는 가족들과 상의해 일정한 규칙을 세우는 방식을 제안했다. 규칙을 통해 스스로 인터넷 이용을 관리할 수 있는 생활을 유지하자는 것. 박군은 "게임은 거의 하지 않고, 주로 인터넷 검색을 이용한다"며 "가끔 게임을 할 순 있지만 최대한 공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세 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 박군은 자신의 글에 19세기 미국 시인 윌트 휘트먼의 작품인 '풀잎'의 구절을 인용해 시선을 끌었다. 윌트 휘트먼은 박군이 가장 좋아하는 책인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알게 됐다. 박군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윌트 휘트먼"이라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윌트 휘트먼의 '풀잎'이라는 시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군의 장래희망은 정신과 의사다. 박군은 "예전에 읽었던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정신과 의사였는데 매력적인 직업으로 느껴졌다"며 "앞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훌륭한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보다 배꼽이 커서야 되겠니?
‘한 아이가 물었다. 풀잎이 뭐에요?’
월트 휘트먼의 시 중에서의 첫 소절이다. 그 물음에 휘트먼은 말한다. 어쩌면 푸른 실로 짜 만든 내 천성의 깃발이거나, 하느님의 손수건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휘트먼은 풀잎이 무엇이라고 단정지어 대답할 수 없었다.
이 이라는 시에서 풀잎은 그 하나만으로도 거대한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도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를 미래로 이끌어나갈 기차가 되거나, 거대한 괴물이 되거나...
스마트폰은 수많은 정보와 즐거움, 통신기능을 다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감지덕지’이다. 하지만 왜, 아직 내 눈에는 괴물로밖에 보이지 않을까.
기태가 교실 문을 열자마자 하는 말은 ‘선생님, 안녕하세요’가 아니다. "야, 너 어제 업그레이드 했다며? 대박이다!" 그러면 친구들은 신나서 맞장구를 친다. 당사자인 동주는 의기양양하다. “겁나 세. 진짜, 장난 아니야!” 한 명 한 명 친구들이 교실로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동주 곁으로 모인다.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괜스레 궁금해졌다. 도대체 뭘 이야기 하는데 저렇게 소리 지르고 기뻐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결국 내가 알아들은 말은 하나였다. “수업 끝나고 PC방 다 내줄게. 오려는 애들 다 와라!”하고 동주가 외친 말이었다. 그 소란 속에 언제나 결론은 게임이었다.
친구들은 다 게임하러 갔겠다, 몇 년 전만 해도 꽉 차서 놀 수도 없었던 운동장에는 개미 한 마리 없다. ‘이 운동장을 즐거움과 소란으로 가득 채웠던 친구들은 다 PC방의 노예가 되어 있겠지...’
나는 게임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 채팅도 영어수업에 필요한 단체 톡 말고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친구들에게 내가 고리타분하고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아본 게 참 오래된 것 같다. 특히 운동장에서 놀아본 건 1년도 넘은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조금은 외롭기도 하다. 또, 나만 친구들의 놀이에서 소외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 애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까?’하고. 오자마자 게임 이야기를 하며 웃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PC방으로 달려가고, 몇 시간 동안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난 뒤 눅눅하게 젖은 수건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과연 그 모습이 친구들과 재미있게 노는 모습인가?’하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게임은 업그레이드가 되고 기태 입에서도‘선생님, 안녕하세요’는 나올 생각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스마트폰 중독, 게임 중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웅성웅성거렸다. 언제나 그랬듯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수업은 게임과 스마트폰의 단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의 수업은 내게 예상 밖의 큰 의미를 불러일으켰다.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문제점들이 우리 반의 기태라는 친구를 연상시키면서 그 문제점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론은 정말 불나도록 치열했다. 스마트폰과 게임을 즐겨 하는 찬성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반대파로 나뉘어 주장을 펼쳤다. 나는 반대파에서 주장했다.
“우리 반에서도 게임이나 스마트폰 중독으로써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일찍 와서 우리 교실의 문을 열어 놓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중독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반에는 교실 문을 열자마자 인사 대신 게임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시간마다 게임으로 하나 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물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게임 이야기로 시작해서 게임 이야기로 끝나는 모습에 이건 마치 취미가 아닌 게임의 노예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게임 중독,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자신은 게임 중독이 아니라고, 그저 재미로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지금 친구들은 게임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게임 중독의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대한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 친구들이 게임으로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채워나가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게임중독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계기로 우리 반 친구들부터, 그리고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 게임 중독을 막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침묵했다. 오자마자 게임 이야기를 했던 기태도, 게임 업그레이드로 의기양양했던 동주도 의기소침해졌다.
잠깐의 침묵 속에 선생님께서도 한 마디 하셨다.
“경휘가 참 잘 설명해주었네요. 선생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경휘가 대신 말해주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도 누가 인사를 해 주지 않아서 조금 서운했거든요.”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웃었고, 기태는 멋쩍어 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도 이번에 제가 하는 게임이 그저 재미로만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젠 게임도 줄이고, 선생님께 대한 예의와 친구들과의 사이도 지킬게요.”
그 날 저녁, 나는 집에 와서 오늘의 토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직까진 인터넷은 우리의 즐거움이지만, 어느새 우리의 주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기에 딱 ‘배보다 배꼽이 크다’라는 우리 속담이 들어맞는다. 인터넷이란,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인데 오히려 우리가 지배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인터넷의 노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터넷이 우리에게 해만 끼치는 것도 아니었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나의 성적을 불티나게 올려주었던 EBS강의, 모르는 영어 단어가 있을 때 뜻과 스펠링부터 발음까지 간편하게 알려주는 스마트폰, 샤워할 때 듣는 네이버 뮤직, 가끔 머리를 식혀주는 게임, 아침마다 갓 구운 듯한 세계 축구 소식을 알려주는 스포츠 뉴스까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이 내 생활 속에서 나의 존재를 더욱 높여주고 있었다. 나는 내가 인터넷과는 전혀 친하지 않은 아이 인줄만 알았는데, 인터넷과 여러 것들이 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는 부분에서 많이 놀랐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존재였나 보다. 그래서 인터넷의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 일 것이다. 나는 이번 기회로 인터넷 등이 우리에게 그저 피해만 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아니 그 보다 많은 편의와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기태야! 배보다 배꼽이 커서야 되겠니?
동주야! 너의 ‘감지덕지’를 잘 사용하고 있니?
우리 이제, 인터넷상의 게임은 줄이고 묵직한 슈팅 소리와 경쾌한 빳따 소리로 운동장에서의 게임 한 판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