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헤어진 연인이 악의를 품고 A씨의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 성행위 영상이 돌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A씨. 이미 영상이 퍼져서 일일이 게시물을 혼자 찾아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거리에서 장애인 한 명이 이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사진을 누군가 찍어 인터넷 게시글을 올렸다. 입에 담지 못할 장애인 비하 내용을 담은 글도 함께 게시됐다. 장애인 신상정보까지도 댓글에 줄줄이 나오고 있었다. 사진 속 사람을 잘 알지 못하지만, 장애인 형을 가진 B씨는 매우 불쾌함을 느꼈다.
#C씨는 자신이 평소 지지하는 야당 의원에 대한 비방 글과 영상을 담은 게시글을 인터넷에서 읽었다. 해당 의원이 특정 모임에서 경솔한 발언을 담은 영상이었지만, C씨는 해당 의원의 낙선을 바라는 이의 악의적인 게시글이라고 생각했다.
세 사례 중 게시글에 나오는 본인이 아닌 제3자가 해당 게시글에 대한 심의 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무엇일까. 11일 현재 기준으로 답하면 세 사례 모두 제3자가 심의 신청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는 16일부터는 A씨와 B씨의 사례의 경우 제3자가 심의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C씨의 사례는 제약요건이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10일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에 대한 심의신청 자격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권리침해 정보에 대해 제3자도 심의신청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당사자와 그 대리인'에만 신청 자격이 한정돼 있었다.
A씨의 사례처럼 무차별적으로 유포된 영상을 본인이 모두 찾아내 신청하기 힘든 상황에서, 방통심의위 등 기관의 힘을 빌려 관련 영상을 찾아 심의하도록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방통심의위에는 모니터링 요원 60여명이 일하고 있다. B씨도 본인이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아니지만, 심의 신청은 할 수 있다.
다만 C씨의 사례는 예외조항이 적용된다. 정치인에 관한 글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 의결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국민의 알권리 훼손이나 정치적 악용 우려 등이었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글을 방통심의위가 무작위로 삭제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방통심의위는 '공인'에 대한 심의는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3자의 신고를 제한키로 내부준칙을 세웠다. 또 '공적 인물'에는 △차관급 이상 입법부·사법부·행정부·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 소속 공무원 △국회의원 △지자체장·지방의회 의장 △교육감 △치안감급 이상 경찰공무원 △지방국세청장 이상 및 이에 준하는 국세청 소속 공무원 △대통령실 비서관 이상 및 이에 준하는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 등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C씨의 사례는 해당 글이 명예훼손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C씨가 정치인을 대신해 방통심의위에 심의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방심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신청이 들어오면 무조건 게시글을 삭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심의신청만 되고, 정해진 심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민단체 등은 공인에 대한 기준과 예외조항 등을 심의 규정 원안이 아닌 내부 준칙으로 마련한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정으로 신설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