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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제가 1997년 처음으로 주주들께 보내드렸던 편지를 이번에도 첨부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데이 1(Day 1)'이기에, 우리의 전략은 변함이 없습니다."
세계 최대의 유통 기업 아마존닷컴. 온라인 서점에서 종합 쇼핑물로 발돋움해 지금은 전자책, 영화, 앱, 게임, 가방, 신발 등 세상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기업이 됐다. 1994년 아마존을 만든 창업주 제프 베조스는 이 거대한 기업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린 뒤, 주주들에게 공개서한 한 통을 보냈다.
이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베조스는 "우리 회사 주주 여러분께"라는 인사말과 함께 "아마존의 기본 경영방침과 의사결정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원칙이 여러분의 투자철학과 일치하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라며 운을 뗀다.
베조스가 제시한 아마존의 원칙은 '고객 중심주의'와 '장기적 관점'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고객중심주의를 지켜가고자 합니다."와 "단기적인 이윤 또는 단발적인 증권가의 반응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시장 지배력을 중요시하는 의사결정을 할 것입니다."라는 두 가지 말로 원칙에 대한 소개가 시작된다.
이어 "회계장부상 지표를 최적화할지 혹은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최대화할지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든지, "유능하고 실력 있는 직원을 고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며, 현금보다는 스톡옵션을 통해 이들을 보상할 것" 등의 원칙이 제시된다.
베조스는 이렇게 총 9가지 원칙을 제시한 뒤 "이 내용이 전부 ‘올바른 투자철학’이라 주장할 용기는 없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투자철학’이라며, “원칙을 명확하게 규정할 때 우리는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단호하게 덧붙인다.
세상이 바뀌면 변화한 세상에 발맞춰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인지상정. 그렇다면 아마존의 투자철학은 과연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18년간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신기하게도 베조스는 여전히 옛 원칙을 기준으로 삼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베조스와 아마존이 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1997년 이후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 1997년의 첫 번째 편지를 첨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아래는 베조스가 지난 2014년 쓴 공개서한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가 늘 해오던 방식으로 해나갈 것입니다. 그 방식이란 바로 경쟁자가 아닌 고객에 대한 집착, 발명에 대한 진심 어린 열정, 운영 최적화에 대한 몰입, 장기적 관점의 사고입니다."
경영 원칙을 전혀 바꾸지 않고도 새로운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아마존의 방식은, 회사 창업 초기에 올바른 원칙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그러나 듣기만 좋은 원칙을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만의 원칙'일 것, 그래야만 주주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아마존이 주는 교훈이다.
◇ day1(18년째 지켜온 아마존 첫날의 서약)= 김지헌, 이형일 지음. 북스톤 펴냄. 260쪽/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