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아델은 지난 11월 내놓은 정규 3집 앨범 ‘25’로 음반 판매 신기록을 수립했다. 닐슨뮤직에 따르면, 25는 미국에서 발매 1주일 만에 338만 장이 팔렸다. 영국에서도 발매 1주일 만에 80만 장이 판매되며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 기록은 미국은 2000년, 영국은 1997년에 세워진 것이다. 아직 음악의 구매와 소비가 음반 중심으로 이뤄지던 시기다. 이러한 음반 판매 신기록은 음악의 구매와 소비가 디지털 음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세워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미국, 일본, 한국 등 13개국 음악 시장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음악 산업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따르면, 2014년 디지털 매출은 전년보다 6.9% 증가한 6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시장의 46%를 차지해 처음으로 음반 판매 매출과 동률을 이뤘다.
디지털 매출의 증가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IFPI 보고서를 보면, 4100만 명이 사용한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의 매출이 전년 대비 39% 성장했고,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도 38.6% 증가했다. 반면 음원 다운로드는 8% 감소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스트리밍 시장은 2014년 상반기 8억3400만 달러에서 2015년 상반기 10억2800만 달러로 23% 성장했다. 반면, 음원 다운로드는 같은 기간 동안 13억1600만 달러에서 12억6800만 달러로 3.6% 감소했다.
고객 취향 저격해 음악 시장 재편
음악 시장의 변화는 애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의 대표 수익원인 아이튠스는 2013년 음원 다운로드 수익이 약 2% 감소한 데 이어 2014년에는 14% 가까이 줄었다. 애플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 2013년 ‘아이튠스 라디오’를 출시했다. 또 2014년 인수한 비츠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바탕으로 2015년에 유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을 출시했다.
이러한 변화는 스포티파이와 판도라 미디어 등이 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는 2015년 6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판도라 인터넷 라디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도라 미디어는 미국 1위의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두 업체 모두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고 기반 스트리밍 사용자는 라디오처럼 임의로 재생되는 음악과 함께 광고를 들어야 한다. 라디오와 비슷한 청취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라디오 스트리밍이라고 불린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세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이 바탕이 됐다. 특히 모바일 인터넷이 3G와 LTE로 향상되면서 원음에 가까운 고음질 음원을 스트리밍하면서도 가격이 낮춘 것이 주효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업체들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사용자 취향 분석을 통해 맞춤형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광고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음악을 선곡하는 것이 아니라 제공되는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형태여서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선곡이 중요하다.
판도라의 ‘뮤직 게놈 프로젝트’는 자동 음악 추천 시스템의 대표 주자다. 판도라는 사용자가 노래나 아티스트의 이름을 입력하면 유사한 음악을 골라 재생해주는데 사용자는 이 곡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를 평가할 수 있다. 이때 판도라는 리듬, 당김음, 보컬 하모니 등 2000개의 특성으로 음악을 분석해 고객 취향에 맞는 음악을 제공한다. 음악에 대한 세분화된 특성 분석과 고객의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사용료 규정도 불완전한 국내 환경
한국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반화된 대표적인 국가다. 앱 시장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멜론은 스트리밍 앱 사용자 수 기준으로 안드로이드에서 세계 7위, iOS에서 10위에 올라있다. 또 IFPI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014년 전체 음반 매출의 91%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나왔다. 세계적으로는 스웨덴(92%), 노르웨이(88%), 핀란드(75%) 등과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의 매출 비중이 높은 국가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의 ‘밀크’, 비트패킹컴퍼니의 ‘비트’를 통해 새로운 음악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트는 2014년 3월 출시 이후 가입자가 600만 명까지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같은 기간 기존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도 증가해 광고 기반 스트리밍 방식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용자를 음악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음원 사용료 규정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음원 사용료 규정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가 합의해 정하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확정한다. 현재 규정은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정한다. 하나는 금액에 따라 정해진 횟수만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종량제 서비스에서 곡당 7.2원을 내는 방식이고 또 다른 방식은 월정액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곡당 3.6원을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인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규정이 없어 비트는 종량제 방식으로 곡당 7.2원의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비트는 종량제 방식은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반면,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없음에도 같은 이용료를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곡당 1.61원을 음원 사용료로 낸다. 월정액 방식의 경우 7.7원이다.
문체부도 새로운 음원 사용료 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관련 규정을 만들려고 하지만 저작권 단체 간의 합의 실패로 새로운 규정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 3개 단체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곡당 3.6원의 사용료를 받는 데 합의했지만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곡당 7.2원을 주장한다. 이 협회는 비트와 같은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을 확대시켜 음악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트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여전히 불법적인 방법으로 음원을 얻거나 가족과 아이디를 공유해 사용료를 내지 않는 이용자를 양지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스트리밍 시장을 축소하지 않고 새로운 사용자를 수익원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IFPI 보고서에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와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두 증가한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비트는 또 음원 사용료가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위급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올해 사용료로 총 140억 원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광고 수입이 월 3억 원 정도인 상황에서 매월 1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금으로 적자를 보전하고 있지만 이 상황이 계속되고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하면 사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2016년부터는 음원 사용료가 인상된다.
비트는 2016년 동남아시아 5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이미 스포티파이, 판도라 등 주요 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반면, 동남아시아 시장은 아직 기회가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최근 젊은 층에서 모바일이 확산되는 것에 비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의 핵심인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한 기술투자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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