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조경제' 열매에 집착할 때 아니다

홍재의 기자
2016.01.05 03:09

"언론에서 '창조경제'라는 명칭을 바꿀 대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정권에서 이 단어를 그대로 쓰기는 어려울테니, 의미는 가져가되 새로운 슬로건처럼 보일 수 있는 단어가 필요합니다."

작년 말 정보기술(IT)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농담으로 시작했지만 참석자 모두가 여기 공감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전면에 내세운 슬로건이 '창조경제'다. 늦었건 일렀건 IT업계는 창조경제 정책 덕을 꽤 봤다. 각종 정책자금과 민간 투자금이 모바일과 IT업계로 제법 흘러 들어왔다. 이는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는 물꼬로 작용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임기 절반이 흐른 작년 말부터 IT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적인 생각보다는 '성공이 보장된 프로젝트'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것. 투자를 '투자'로 생각하지 않고 '회수'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O2O(Online to Offline)가 갑작스레 각광을 받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O2O는 전통산업과 스마트폰 이용자를 연결해준다.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O2O로 업종 전환을 한 스타트업이 적지 않은데 이들 대부분은 제2의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노리며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하던 기업이다.

"서비스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계속되는 적자를 버틸 수 없어 일단 먹고 살 길이 필요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항변이다. 자연스레 스타트업 창업도 이 분야로 몰린다. '혁신'보다는 '안정'이다. 국내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세계적 기업을 만들어내겠다는 목표가 창조경제의 핵심 아니던가.

아직은 열매를 찾기보다는 투자에 박차를 가해 생태계 조성에 신경 쓸 때다. VR(가상현실), AI(증강현실), 머신러닝(기계학습), 핀테크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제 겨우 3년 지났는데 벌써 성공을 바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스타트업 대표의 볼멘 소리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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