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T회사 닮아가는 광고회사

김지민 기자
2016.03.04 03:21

“광고대행사라는 단어가 없어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량의 정보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가 이 업(業)의 명운을 가를 것이란 점에서 정보기술(IT) 영역의 비중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광고업계 인사의 말이다. 광고 시장은 지금 대변혁기에 놓여있다. 광고주로부터 수주를 받아 광고를 대행한다는 본연의 업무에 변화는 없지만 활동의 폭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광고를 기획하는 것은 물론 총체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담당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한 탓이다.

대홍기획이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광고 시장의 현재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소셜마케팅, 디지털마케팅, O2O(온라인투오프라인) 등 3개 팀으로 운영하던 디지털마케팅 본부 내에 디지털콘텐츠팀을 신설했다.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발굴하기 위해서다. 팀 이름도 바꿨다. 각 팀에 마케팅이란 단어를 빼고 그 자리에 솔루션을 넣었다.

대홍기획은 각종 소셜미디어에 분포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여기에 걸맞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IT기업에서나 할 법한 업무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국내 광고회사로는 유일하게 모바일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어 그룹의 유통 역량을 등에 업고 옴니채널 생태계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디지털마케팅 시장에 대비하는 곳이 여기만은 아니다. 중국에 디지털 마케팅 자회사를 세운 제일기획,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린 이노션,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회사를 기치로 내건 오리콤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이 소통의 창구가 된 지 오래다. 이는 광고를 미디어가 아닌 콘텐츠를 태우는 플랫폼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바일에 대한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선 IT기업들에게 광고 시장 영역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광고인들이 생명처럼 지켜온 창의성에 확장성이라는 무기를 하나 더 들고 나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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