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이사회 권한 강화에 이어 사업부를 세분화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동시에 책임소재를 명확히한 것. 올 한해가 카카오의 운명이 갈릴 한해로 꼽히는 만큼 020(온오프라인연계) 등 신사업 구조로의 변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사회 강화·사업부 세분화…더 빨라진 카카오
카카오는 최근 ‘C레벨’로 불리는 총괄 부사장들의 협의체 ‘CXO팀’의 정기회의를 중단했다. ‘CXO팀’은 지난해 취임한 30대 젊은 CEO 임지훈 대표를 보좌하기 위해 꾸려진 팀이다. 대신 카카오는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협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임 대표가 지난 6개월 동안 전반적인 경영 현황을 파악한 만큼, 불필요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사업 총괄 영역은 보다 세분화했다. 정주환 CBO(최고비즈니스책임자)를 O2O·커머스 사업총괄로 변경했고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는 콘텐츠사업총괄로 신규 임명했다. 또 박창희 최고상품책임자(CPO)는 서비스부문총괄로, 남궁훈 CGO(최고게임책임자)는 게임사업부문총괄로 변경했다. 넓어진 사업 영역에서 업무를 세분화해 책임소재도 명확히 한 것.
카카오의 경영 구조 개편은 앞서 개최된 정기주주총회 때부터 진행돼왔다. 이사회 권한을 대폭 강화, 주총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M&A(기업인수합병) 등 사업 추진과 관련된 의사 결정이 가능토록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서비스나 업계를 둘러싼 시장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조직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기 위해 직함 변경부터 사업부 신설 등 다양한 변화가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임지훈의 카카오 시동…사업 재편 박차
관련 업계에서는 이같은 카카오 조직 정비가 임지훈 체제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변화의 초점이 모두 임 대표의 권한 강화와 사업 추진 속도 향상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최근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만 4개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돈 벌이가 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고 O2O와 간편결제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를 시작으로 카카오 헤어샵 등 총 4개의 신규 O2O 사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물러날 곳이 없는 카카오의 상황도 임 대표가 공격적 행보를 펼칠 수 밖에 없다는 데 무게를 더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양대 캐시카우인 게임과 광고부문의 매출이 줄어들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투자까지 겹치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1분기 실적 전망 또한 우울하다. 금융정보분석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약 45%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까지 김 의장과 임 대표의 ‘맨파워’를 언급하며 카카오의 미래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고 평가되는 ‘로엔 빅딜’ 자금 조달과 관련해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어가며 각종 승부수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김 의장과 임 대표의 능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는 평가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표면 이자율이 0%인 전환사채 2500억원 어치 발행을 결정하는 등 로엔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관련 이슈를 순조롭게 마무리 짓고 있다”며 “2분기부터 카카오드라이버를 필두로 교통기반 O2O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