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SDS, 기업분할만큼 중요한 것

김지민 기자
2016.06.10 03:00

"동요하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달라."

삼성SDS가 사업부문별 분할 계획을 처음 공시한 지난 3일 정유성 삼성SDS 대표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사업재편과 관련한 논의들이 결정되면 공식 채널을 통해 공지하겠다"고도 말했다.

대표의 말대로 삼성SDS는 자율공시를 통해 물류부문 분할 검토를 공식화했다. 수장의 말을 듣고 마음을 가다듬던 직원들은 움찔했다.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일터의 사업구조가 어느날 갑자기 바뀐다고 하는데 동요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직원들의 불안감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흘러나올 때마다 삼성SDS는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다. 이번에도 물류 부문과 IT(정보기술)서비스 부문을 나눠 각각 다른 계열사에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합병 시나리오가 등장하면 내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삼성SDS는 한 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상징이었다. IT서비스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1980년대에 자본금 2억원으로 시작해 연매출 8조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성장 과정에서 삼성SDS가 국내 IT업계에 남긴 공은 결코 적지 않다. 전자정부시스템 구축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에 대한민국 전자정부시스템을 널리 알린 장본인이 바로 삼성SDS다. 'IT사관학교'라는 이름값도 톡톡히 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을 비롯해 삼성SDS를 이끌다 정보통신부 장관에 오른 고 남궁석 사장 등 걸출한 IT인재들이 모두 삼성SDS 출신이다.

IT서비스산업은 과도기를 넘어 변혁기에 서있다. 경쟁사인 SK(주) C&C는 IBM과 손잡고 인공지능 '왓슨'에게 한국어를 학습시키고 있다. 이 변혁기에 국내 IT서비스 1위인 삼성SDS가 방향키를 잃으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 삼성의 기업분할에 직원이나 주주는 물론 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기업분할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남은 과제는 분할 후 IT서비스 사업을 어떻게 키우느냐다. 기업분할이 삼성 IT서비스의 위축으로 이어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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