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료방송 권역 매각 명령시 SKT-CJH 합병 '효과 전무'

이하늘 기자, 진달래 기자
2016.07.04 03:08

23개 권역 중 15곳 팔아야, 가입자 고작 100만명 느는 셈…사실상 승인불허?

7개월 가량 공회전을 거듭해왔던 SK텔레콤-CJ헬로비전 M&A(인수합병) 관련 정부 인허가 심사가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쪽으로 가닥을 잡고 조만간SK텔레콤과CJ헬로비전에 심사결과 보고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사상 유례없는 시정조치가 담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점유율 60% 이상 권역 매각 명령 나올까…M&A 차질 우려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정위가 검토 중인 부과조건에는 유료방송 권역별 시장 점유율에 따른 제한 조치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합병법인의 가입자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는 방송 권역에 대한 매각 명령이 유력시된다.

만약 이 조건이 부과되면 SK텔레콤은 M&A 청사진을 처음부터 새로 그려야 할 판이다.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총 78개 유료방송 권역 가운데 CJ헬로비전-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의 점유율이 60%를 넘을 곳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15곳 이상이다. 이 권역에서 CJ헬로비전을 시청하는 가구는 30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CJ헬로비전 전체 가입자가 415만명 선인 것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이 최종적으로 M&A에 성공해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100만 가구에도 못 미치는 가입자만 확보하는 셈이다. 이 경우 가입자 865만 가구를 확보한 유료방송 1위 KT(스카이라이프 포함)와의 경쟁 역시 쉽지 않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확보한 IPTV(인터넷TV) 320만 가입자와 CJ헬로비전의 415만 가입자를 모두 합치면 KT와 규모의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이들 권역은 또 부산, 서울 등 향후 합병법인의 빠트릴 수 없는 주요 전략 거점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안대로 시정조치가 확정되면 인수 불허 조치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유례없는 방송 권역별 매각 조건 왜?

공정위가 전례 없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방송 권역별 매각 조건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이유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역 독과점을 방지하겠다는 명목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CJ헬로비전이 확보한 23개 유료방송 권역에서 SK브로드밴드의 'Btv'(IPTV)가 합세하면 해당 지역 방송의 독과점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반대로 SK텔레콤은 지난해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시행 이후 전국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규제로 단일화된 상태에서 이중규제에 해당한다고 맞대응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전 유료방송 M&A 심사 사례가 있기 때문에 통합법인의 합산 점유율 70% 이상인 권역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시정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해왔다. 과거 공정위는 유료방송 M&A 심사 과정에서 방송 권역 점유율 70% 이상인 경우에 한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해왔다. 유료방송 서비스 가격을 올리거나 소비자 선호채널을 줄이는 식으로 이용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부분 시정조치는 △단체가입 수신계약 일방적 거부 금지 △아날로그방송 패키지 상품별 이용요금 인상 혹은 채널 변경 시 공정위에 보고 의무화 등으로, 방송 권역별 매각 조치는 전례가 없다. 때문에 경쟁사와 일부 지상파 방송사의 반대 논리를 공정위가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의 승인 여부는 이르면 이달 중순쯤 전체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이후에도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사전동의)의 최종 인허가 심사가 남아 있지만, 궁극적으로 공정위의 승인 조건에 따라 이번 M&A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작 국회·경쟁사들을 통해 공정위가 추진 중인 일부 승인 조건 정보들이 흘러나오자 SK텔레콤은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정위로부터 승인 조건에 관해 어떤 것도 전달받지 않은 상태"라며 "만약 국회와 업계에 나도는 승인조건이 사실이라면, 전반적으로 케이블 업계 구조조정은 물론 방송통신업계의 네트워크, 콘텐츠 투자 계획 철회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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